일본 자동차기업 혼다가 한국 배터리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미국에 대규모 차량용 리튬이온 배터리 공장을 신설한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앞세워 자국 내에서 생산·조립된 전기자동차(EV)에만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생존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혼다와 LG에너지는 합작회사를 설립, 혼다의 주력 공장이 있는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수조원을 투자해 2023년 배터리 공장 착공에 나서고, 2025년부터는 제품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혼다가 자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정적인 배터리 조달을 위해 한국 기업과 손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다.

혼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LG에너지는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는 업체라고 닛케이는 전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유럽 스텔란티스 등과도 북미 지역에 배터리 합작 회사를 설립할 정도로 생산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LG에너지는 GM 등과 합작 설립한 공장 생산능력이 연간 30기가와트시(GWh)인데, 혼다와도 같은 규모의 공장을 계획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는 표준 전기차 기준으로 50만~60만대 분에 해당한다.

2021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관람객들이 LG에너지솔루션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AFP=뉴스1혼다는 2030년 미국에서 약 8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전기차 전용 생산라인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혼다가 미국 시장 투자에 적극 나서는 것은 해외 판매량의 30%가 집중된 주력 시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시장은 절대로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량용 배터리 시장은 세계 1위인 중국 닝더스다이(CATL)에 이어 LG에너지,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3사가 뒤따르는 구도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미국과 유럽의 완성차 업체들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조달받는 것을 리스크로 판단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의 수주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혼다 역시 미·중 갈등에 따른 불확실한 요소를 차단하기 위해 한국 기업과 합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짚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자국 내에서 전기차 생산이 이뤄지도록 하는 정책에 골몰해 있는 만큼 앞으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과 한국 배터리 업체의 미국 내 합작 투자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오는 2025년까지 북미 지역에서만 12개의 배터리 공장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