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1살의 일본인 혼다 타슈타로 할아버지가 지난주 말 베이징시 남서쪽에 있는 루거우차오를 찾아 무릎을 꿇고 중일 전쟁 때 저지른 행위를 사죄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소후. 뒤에 서 있는 사람은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 왕신후아 관장(왼쪽), 항일전쟁 작가 팡쥔.

日 91살 노인, 中 찾아 무릎 꿇고 참회

“수많은 일본 국민들은 일부 극우세력들과 다르다”

미디어다음 / 온기홍 프리랜서 기자

중국 베이징시 남서쪽에 있는 루거우차오 다리. 일본 제국주의가 중국 대륙을 침략한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서 백발의 한 일본 노인이 지난주 말 무릎을 꿇었다. 노인은 울퉁불퉁한 이 다리의 한가운데에 꿇어앉은 채 자신이 60여 년 전인 1939년 장쑤성 진탄현에서 중국인 전쟁포로들을 죽였던 것을 사죄했다. 노인은 일본인 혼다 타슈타로. 올해 91살인 그는 중·일 전쟁 당시 일본의 군인이었다.

타슈타로 할아버지는 다리 위에서 “진탄현에서 근무할 때 중국 전쟁포로들을 사살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중국인 포로들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일본군 군관은 군도를 꺼내어 건네주면서 포로를 처형하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중국인 포로들은 내가 휘두른 군도에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숨졌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포로들의 선혈이 장강을 물들였고 주위에 시체들이 널려 있었다. 도처에 내가 저지른 죄악들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타슈타로 할아버지는 끝으로 “중국인 포로들의 마지막 외침과 석양에 비친 넉넉한 미소를 영원히 잊을 수 없다”며 옛날 자신이 저지른 일들을 참회했다.

1914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나 루거우차오 사건 발생 당시 아사히신문사에서 근무하던 타슈타로 할아버지는 1939년 5월 군에 입대한 뒤 같은 해 8월부터 중국 남동부 장쑤성 진탄현으로 내려가 근무했다.

1941년 5월 일본으로 돌아간 그는 1986년 2월부터 일본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일제의 침략 범죄를 폭로하는 순회강연에 나서 지금까지 1027차례의 강연을 했다. 그의 강연을 들은 이의 수는 18만 명에 이른다.

60여 년이 흘러 2003년 5월과 2005년 1월 중국 난징을 방문했던 그는 이달 16일 세 번째 ‘사죄 방문’ 행선지로 일제 중국 대륙침략의 역사가 새겨진 베이징의 루거우차오 다리를 찾았다.

그는 “중일 관계가 다소 긴장상태에 있어서 아내가 중국에 가는 것을 말렸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더 가야만 한다고 아내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많은 일본 국민은 일부 극우세력들과 다르다는 것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타슈타로 할아버지는 “일본은 중국을 침략한 것에 대해 사죄해야 할 것은 사죄하고, 배상할 것은 배상해야 한다”며 “90세가 넘은 노인이고 죄를 지은 사람이지만, 나는 중일 간에 다시는 전쟁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타슈타로 할아버지가 이날 찾은 루거우차오는 중·일 전쟁(1937-1945)의 도화선이 된 루거우차오 사건이 일어난 역사적인 현장이다. 루거우차오는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에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로 소개해 ‘마르코 폴로 다리’로도 불린다.

1937년 7월 7일 밤, 루거우차오 근처에 주둔해 있던 일본군을 향해 총성이 울렸다. 일본군은 이를 중국 측의 계획적인 항일 무력행동으로 판단, 중국군을 향해 공격을 개시했다. 이 사건은 곧 중·일 전쟁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