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수입차 시장에 박스카 열풍을 일으킨 한국 닛산의 큐브가 가격인상 이후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난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발표한 1월 수입차 판매 동향에 따르면 큐브는 지난달 196대가 팔려 수입차 월별 판매에서 341대를 판매한 전달보다 4계단 하락한 6위로 떨어졌다.

국내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8월 실적(416대)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판매가 줄었고,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11월(735대)에 비해서는 73.3%가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큐브가 갑작스런 하락세에 대해 올 1월부터 이뤄진 가격인상과 연관이 깊다고 보고 있다. 당시 한국닛산은 지속되는 엔고 영향으로 큐브의 가격을 올해부터 70만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출시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이뤄진 가격인상이었다.

이후 큐브의 판매는 물론 계약까지 줄고 있는 추세다. 닛산 딜러점 한 관계자는 "올 들어 큐브 계약이 현저히 줄고 있다"며 "설 연휴도 있고 초기 물량이 많이 빠져나갔다고 하지만 가격인상 영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격 딜레마는 한국닛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기존 모델 대비 100만원가량 몸값을 낮춘 캠리, CR_V를 각각 출시한 도요타와 혼다 역시 환율과 가격 경쟁력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각 업체 사장들은 낮게 잡은 신차 가격에 대해 "미래를 위한 투자"라며 가격인상 계획이 없음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환율 부담을 동시에 안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체 입장에선 지속적인 엔고가 예견되고 있음에도 섣불리 가격을 올릴 수는 없는 입장이다. 가격인상 이후 판매 감소로 이어진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혼다코리아도 지난 2009년 1월과 3월 어코드 가격을 최고 700만원가량 인상했다가 경쟁력이 떨어지자 그해 6월과 10월 다시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 감소도 한 예로 들 수 있다. 벤츠코리아는 지난달 1일, 일부 모델의 가격을 평균 65만원 인상한 이후 판매 감소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달 벤츠 판매량은 1330대로 전년대비 24%나 줄었다.

한국닛산 관계자는 "지난달 환율을 이기지 못하고 가격인상이라는 선택을 했지만 이달부터 프로모션 강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소비자는 냉정하다... 비싸면 안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