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기관은 1950년을 기점으로 철도 선진국가에서는 新造車兩이 거의 생산되는 일이 없으며, 본선 투입 역시 1980년대를 기점으로 퇴출되다시피 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중국이나 몽골, 아프리카, 인도와 같은 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까지도 영업 일선에 남아있다고 하고, 일부 보존車兩이나 관광 목적의 車兩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지만, 사실상의 메인스트림 영역에서는 완전히 퇴출당했습니다.
증기기관차야 로망처럼 보이지만, 그 로망을 위해 엄청난 양의 수고와 비용이 지출되는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석탄과 물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석탄은 비교적 싼 연료지만, 취급을 위해서는 꽤 복잡한 설비가 요구되며 중량과 부피가 큰 편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증기기관은 별도로 물을 적재해야 하는데 물의 취급이야 간단하긴 하지만, 역시 연료 외에 부가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증기기관은 기관 자체의 크기도 디젤기관에 비해 상당히 커서, 이 모든걸 적재하고서도 주요 간선을 급탄과 급수 없이 한번에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는 열 효율 면에서 지극히 열악하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따라서, 고속화와 급행화를 추진하는데 있어 많은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또한, 증기기관차는 기계적으로 열악한 면이 있습니다. 즉, 최고속도에서 현재까지 200km/h가 최고지만, 실제로는 160km/h 전후가 크랭크와 피스톤을 적용한 사실상의 한계속도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도 특급견인용으로 쓰는 A4 같은 괴물 기관차의 이야기지, 실제 대개의 증기기관차는 80~120km/h 정도의 속도를 내면 다행이고, 화물용 견인機는 더 낮은 속도로 다녀야 합니다. 여기에, 증기기관차는 加減速성능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또한, 각종 신호보안장치를 적용할 여지가全無하다는 점도 있습니다. 죄다 기계식, 수동식 제어라서 ATS따위를 적용할 여지가 없으니까요. 이외에도, 연소시킨 재를 처리하는데 많은 부담이 있다는 점이라던가, 조작의 어려움, 과도한 중량 같은 문제가 산적해 있어 증기기관은 역사의 한 장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별의별 이해관계를 가진 존재들이 있는 법입니다. ACE(American Coal Enterprise)라는 회사가 1980년에 나타나게 됩니다. 이 회사의 구체적인 정체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 회사는 석탄을 매우 좋아했습니다. 원래도 미국 친구들은 석유 이상으로 석탄에 애정이 넘치는 편이긴 했지만, 이 회사는 그런 애정이 지나쳤는지 석탄으로 무언가를 해 보려고 일을 벌렸습니다. 그 결과가 아래의 ACE-3000 이라는 증기기관이 되겠습니다.
이녀석은 증기기관차의 부활을 기치로 삼은 만큼, 아주 다양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단, 연료의 적재를 간편화 하기 위해서 석탄 팩(Coal Pack)이라는 적재방식을 잡았습니다. 도면을 보면 중간에 사각형으로 구분된 칸막이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석탄 팩입니다. 구체적인 방식까지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여기에는 물과 석탄의 혼합물이 적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 녀석을 첨단 컴퓨터 제어를 적용하여(...이런 표현은 싫어하지만, ACE측의 주장이 이러하였습니다-_-) 연소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고전적인 증기 피스톤과 크랭크로드를 사용하여 4개의 동력軸을 구동하도록 설계하였습니다. 車兩배열은 4-8-2로, 그 뒤에 붙은 기관차처럼 생긴 부분은 제어付탄수차-_- 입니다.
사실, 석탄 연소, 증기 추진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고전적인 기술들이 존재합니다. 바로, 증기 터빈 방식입니다. 즉, 석탄을 때서 증기를 일으키고, 이 증기로 터빈을 돌려서 그 회전력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디젤전기기관차에서 디젤을 증기터빈으로 대체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사실 EMD가 디젤전기기관차를 개발할 때쯤 실제本線투입용車兩이 개발될 정도였지만, 2차대전 이전에는 신뢰성 높고 고속을 견딜 수 있는 터빈 블레이드나 베어링을 만들 재간이 없었기 때문인지 본격적으로 보급되지 못한채 사라졌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때에는 검증되지 않았던 방식이라는 점과, 가급적이면 “바로 실물을 내놓을 수 있을 만큼 검증된” 기술만 적용하겠다던 방침 덕에 결국 고전적인 피스톤 방식을 답습한 것으로 보입니다.
성능 면에서는, 우선 미국에서의 화물열차들이 대개 달리는 속도인 70MPH(112km/h)를 목표로 하였습니다. 그리고, 출력은 당시의 디젤기관차들(GP시리즈 등)에 맞추어서 3000 마력, 引張출력으로는 4000마력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열 효율은 평균 15% 정도를 목표로 하였는데, 이정도면 과거의 증기기관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디젤기관의 효율에 비해서는 많이 부족합니다만 해볼만한 수준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여간, 열정도 있고(좀 삐뚤어진 느낌같지만) 기술적으로 아주 말도 안되는 것도 아닌 이 물건은 나름대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시대가 별로 달갑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였다면 유가 덕에 정말로 시제품 까지 나갔을테지만, 문제는 이게 제안된게 1980년대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유가가 매우 안정적이었고, 덕분에 석탄 산업들이 망하던 시절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국도 1980년대에 석탄산업 합리화라는 명분으로 많이들 처분했지만, 석탄 오타쿠들이 많은 미국도 이 시절은 석탄에 있어서 고난과 역경의 한때였습니다. 결국 몇가지 개량 모델이 더 제안되지만 실제로 실물 개발 단계에 이르지는 못하였습니다. 이후 중국에도 찔러보았다고 하는데, 그 중국이라도 이런 걸 받아들일 리가 없지요. 결국 이것은 망상의 영역에서 끝이 나 버렸다고 합니다.
그래도 요즘같은 시절을 만났다면 해볼만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유가 수준은 1970년대의 유가 보다 비싼 상황이고(물론 각국의 1인당 GDP를 생각하면 그때에 비할바가 아니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한 천연가스가 파동을 겪었으며(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이 낀 외교전을 보면 이것도 골치아픕니다), 원자력 투자 공백 덕에 석탄 산업이 다시 빛을 보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석탄을 때는 화력발전소들은 비록 발전용의 중유를 배합해 써야 한다고 하지만, 석탄이 상대적으로 싸게 되어버린 덕에 수익성이 크게 향상된 바 있습니다. 또한, 연소기술도 발전해서 매연 저감 기술도 많이 발전했고 말입니다. 중장기적으로 석유가격이 내려갈 기미가 별로 안보이는 상황인 만큼, 석탄 쪽은 비전이 확실히 높다고 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발전소를 설치하고 전기철도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방향도 한 방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의 경우 원자력이나 수력과 같은 공해도 제한적이고 석유나 석탄같은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운전의 효율이 엄청나게 높아서 비록 고정비를 지출하더라도 밀도만 받쳐주면 얼마든지 본전을 뺄 수 있게 됩니다. 미국처럼 전체 선구 길이만 25만km 쯤 되면야 이걸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러시아의 시베리아 철도처럼(9천km짜리 복선 단일선구가 25kV 전기운전을 하오) 불가능한 것은 아니므로, 이런 “고전적 설계의 증기기관차”가 얼마나 통할지는 미지수라 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결국 망상의 수준에서 끝이 나지 않을까 라고 생각됩니다.
(注: P.S.) 엔지니어가 하든 정치인이 하든, 정상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사람이 하든 망상은 망상입니다. 꿈과 망상은 종이 한 장 차이고, 쓴소리와 개소리는 단어 하나 차이인 법입니다. 다만, 누군가가 망상을 전개할 때, 그것을 정말로 실현 가능하도록 온갖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철학적考慮를 다 하는 것과, 그저 고장난 녹음기마냥 망상을 반복 재생하는 것은 엄청난 격차가 생기게 마련입니다. 남들이 손가락질 하는 꿈(=망상)을 가졌다면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남들이 수긍할 수 있는 논리적 구조를 제시해야 하는 법이고, 그것이 꿈을 가진 자의 책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걸 못할 바에는 차라리 혼자만의 영역에서 떠들기를 권장합니다. 망상이라는 것은 그런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