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유전자를 양극재료로 채택한 고출력 리튬 2차전지가 한미 공동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 기술은 플렉시블 소자에서부터 하이브리드카까지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강기석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안젤라 벨처 미국 MIT 교수, 이윤정 박사, 이현정 박사 등이 참여한 한미 공동 연구팀은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안전성을 높인 고출력 리튬 2차전지를 개발했다고 2일 밝혔다.
리튬 2차전지는 휴대폰·노트북PC 등에 널리 쓰인다. 급격한 시장 팽창이 예상되는 하이브리드 전기자동차의 동력원 및 전력 저장시스템용 대형전지로도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수명·출력 밀도·안전성 등에서 부족한 점이 아직 많다.
연구진은 두께 10㎚ 정도의 나노선 모양 ‘M13’라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바이러스 몸통에는 양극재료(비정질 철 인산계), 바이러스 꼬리에는 탄소나노튜브가 각각 선택적으로 달라붙게 했다. 비정질 철 인산계 양극재료는 안전성은 높지만 출력이 낮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공동연구팀의 방법으로 양극재료를 제조하면 나노미터 두께로 인해 리튬이온의 이탈속도를 증가시키면서 탄소나노튜브로 인해 전기 전도도가 증가된다.
연구진은 종전보다 출력 특성이 10배 가까이 좋아져 고출력 2차전지 제조뿐만 아니라 새로운 2차전지 양극재료를 찾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윤정 박사는 “양극과 음극 모두 바이러스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임으로써 ‘바이러스 배터리’가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강기석 교수는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에너지기술(ET) 분야의 교류를 통한 시너지의 예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국제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3일자에 게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