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코 강판 ‘도요타 장벽’ 실력으로 뚫었다

일본 제품만 고집 도요타에 국외업체 최초 납품
“품질·경제성 세계 최고 인정…진짜 승부 이제부터”

포스코가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도요타의 일본 공장에 일본 외 철강회사로는 처음으로 자동차강판(사진) 납품을 시작했다. 도요타 일본 공장은 지금까지 신일철, 제이에프이(JFE) 등 일본 내 회사들의 강판만 써왔다. 도요타는 무엇보다 깐깐하게 품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이기수 광양제철소 냉연도금품질팀리더는 “도요타의 기준이 얼마나 까다로운가 하면, 30㎞가 넘는 강판을 늘어놓고 확대경으로 살펴서 티끌 만한 흠집 하나도 없어야 한다”며 “거의 결벽증 수준”이라고 말했다. 도요타 납품 성공은 바로 포스코의 자동차강판이 품질과 경제성에서 세계 최고가 됐다는 확인인 셈이다.

“외국제품이 들어가기에 텃세가 가장 높은 곳이 일본, 그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것이 도요타입니다. 이 장벽을 실력으로 뚫어낸 것입니다.” 포스코 민경준 품질기술부장은 무엇보다도 짧은 자동차강판 생산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는 점을 기뻐했다. 국내 자동차강판 개발은 1989년부터 시작됐다. 90년대 초반까지도 염화칼슘에 부식되는 저급판 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도요타를 비롯해, 닛산, 혼다, 폴크스바겐, 지엠, 포드 등 세계 최고 자동차회사에 대부분 납품을 하고 있다. 보통 자동차 1대당 총 1톤의 강판이 쓰여 자동차가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강판 수요가 많아진다. 자동차 강판은 일반강판에 비해 영업이익이 3%포인트나 높은 고수익 제품이다. 일류 철강사들이 자동차강판에 집중하는 이유다.

	» 세계 자동차생산대수와 포스코 강판 판매 추이

포스코가 도요타에 납품하는 강판은 합금화용융아연도금강판(GA) 첨단고강도강(AHSS) 내판이다. 이런 재질의 강판을 만들 수 있는 철강사는 전세계에 모두 20여군데에 지나지 않는다. 철강사간 우열을 가리는 요소는 생산 속도와 가격이다. 포스코의 생산 속도는 140mpm(분당 미터)로 경쟁자들보다 훨씬 빠르다. 가격도 신일철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하지만 품질은 거의 같다. 기술도 최고 수준이다. 120㎏급(직경 1㎜의 강재가 120㎏의 무게를 버틴다는 뜻) 강판 세계최초 상용화, 50㎏급 외판재 세계 최초 적용 등은 포스코만의 기술적 쾌거다.

이로써 지난 2002년 광양제철소를 자동차강판 전문제철소로 만든다는 이른바 ‘홍콩선언’을 하며 세운 △연 600만톤 이상 생산 △고유제품 90만톤 이상 생산 △도요타 납품이라는 세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하지만 포스코 사람들은 여전히 갈길이 멀다고 한다. 우선 강판생산라인을 늘리는 등 설비투자를 확대해 1000만톤까지 생산을 늘리고 포스코만이 만들 수 있는 초첨단고강력강(UAHSS) 등을 개발해야 한다. 민경준 부장은 “세계 1등 일본 업체들과의 한판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