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ID태그 제작에도 사용… 생산비용 획기적으로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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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처럼 손목에 찰 수 있는 휴대폰ㆍ정보기술(IT) 기기를 개발하려면 내부 전자회로, 디스플레이 장치 등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건물 유리창, 의류 등에 부착할 수 있는 박막형 태양전지를 실용화하기 위해서도 얇고 잘 휘는, 유연성을 가진 태양전지가 필요하다.
인쇄 방식의 전자회로ㆍ칩을 제작하는 “프린티드 일렉트로닉(Printed Electronic)” 기술은 이 같은 제품을 실용화할 수 있게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기계연구원은 최근 외국 휴대폰 업체와 함께 휴대폰에 사용되는 전자회로기판을 인쇄 방식으로 제작하는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또 국내 디스플레이장치 업체와 간단한 터치스크린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ㆍ한국화학연구원과 박막형 태양전지를 인쇄 방식으로 제작ㆍ개발하는 연구에 들어갔다.
기계연구원은 전자회로, 박막형 태양전지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롤투롤(Roll To Roll)” 기술을 갖고 있다. 이 기술은 전자회로 등의 생산비용을 기존의 평판인쇄 방식의 10분의1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프린티드 일렉트로닉”이란=컴퓨터ㆍ휴대폰 등의 부품인 회로기판에 전자회로를 만들려면 보통 기판 전체에 구리 도금을 한 뒤 화학적인 방법으로 불필요한 부분을 깎아내거나 기판에 원하는 구리 배선을 부착시킨다. 반도체칩용 실리콘 웨이퍼도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필름을 기판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도 대부분 이 같은 방식이 사용된다.
반면 프린티드 일렉트로닉 기술을 활용하면 필름ㆍ종이 등에 특수 전자잉크를 인쇄하는 간단한 공정만으로 전자회로를 만들 수 있어 회로기판을 값싸게 생산할 수 있다. 독일ㆍ일본 등에서 개발해온 평판인쇄 기술과 달리 전자회로를 대량 생산할 수 있고 일반 인쇄처럼 공정이 상온ㆍ상압에서 이뤄지는 것도 강점이다. 기술이 발전하면 미세한 반도체칩 회로까지 인쇄공정으로 제작할 수 있다.
현재 기계연이 롤투롤 기술을 이용해 연구하는 분야는 RFID 태그, 박막형 태양전지, 유연한 디스플레이 장치 등 세 분야. 안테나ㆍ메모리칩 등으로 이뤄지는 RFID 태그의 안테나 부분은 이미 롤투롤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다. 기계연은 보다 정밀한 인쇄가 가능한 롤투롤 장비 개발을 마치고 이달부터 시험가동에 들어가 상반기 중 약 300개의 트랜지스터가 내장된 RFID용 메모리칩을 인쇄 방식으로 제작할 계획이다.
태양광을 흡수해 전기를 생산하는 염료감응형 박막 태양전지(회로 포함)를 롤투롤 방식으로 인쇄, 생산단가를 크게 낮추기 위한 연구(2009~2013년)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ㆍ한국화학연구원과 공동으로 착수했다.
디스플레이 장치의 경우 지금은 종이ㆍ필름에 인쇄해 한가지 색만 표현할 수 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컬러화 기술개발에 들어갈 예정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휘어지는 유연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인쇄 방식으로 제작하기 위한 과제다.
◇어디에 사용되나=롤투롤 기술이 가장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RFID 태그 제작 분야다. RFID 태그는 현재의 바코드를 대체하는 기술로 메모리칩에 상품정보를 저장한 뒤 RFID 태그 리더기에 접근시키면 상품정보를 읽어낼 수 있다. 유통ㆍ물류 부문에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기술이지만 생산단가가 비싸 상용화가 더딘 실정이다. 기계연은 롤투롤 방식으로 RFID 태그를 제작할 경우 생산단가를 지금의 33%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휴대형 IT기기 등 각종 전자기기에 들어가는 전자회로기판을 인쇄 방식으로 제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초저가형 휴대폰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외국의 한 대형 휴대폰 업체는 최근 김 박사팀의 롤투롤 기술을 활용해 휴대폰 회로기판 전체를 인쇄 방식으로 제작할 수 있는지 타진했다. 이르면 올해부터 기술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