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징병제..면제사유 폭넓게 적용

군복무 기간 1년..해ㆍ공군 선호, 晝軍夜學 일반화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은 평소 전쟁의 위기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 국가이지만 징병제를 택하고 있다.

브라질은 1964년 8월 제정된 병역법에 따라 모든 남성은 만 18세가 되는 해에 병무청에 징집 대상이라는 사실을 자진신고하고 신체검사 등을 통해 징집 가능 여부를 평가받도록 하고 있다.

브라질 징병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징집 대상 연령을 만 18~45세로 상당히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는 징집 대상을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단 징집 자원을 풍부하게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군복무 기간은 육.해.공군 모두 12개월이며, 국방부 장관이 필요에 따라 2개월을 단축하거나 최대 6개월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

군복무 기간 단축은 적절한 병력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일정 기간 이상 복무한 인력을 조기에 전역시킬 필요가 있을 때 취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은 12만9천명의 육군과 5만7천명의 해군, 5만5천명의 공군 등 모두 24만1천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 범위 안에서 해마다 적정 수준의 병력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국방예산도 2005년을 기준으로 130억 달러 안팎에서 운용되고 있다.

군복무 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전시와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를 대비한 것이지만 실제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다.

국방부 장관이 필요에 따라 취하는 조치 외에도 브라질은 군복무 기간 단축을 상당히 신축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군복무 중에 개인적으로 군복무 기간 단축을 신청할 경우에는 부대장이 근무성적 등을 평가해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징집 대상자라 하더라도 연간 징집 인원이 초과되거나 동성애자, 가족 부양 책임 사실 등을 입증할 경우에는 병역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징집 대상자가 풍부해 어느 정도 객관적인 사유만 입증할 수 있으면 어렵지 않게 병역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브라질의 젊은이들 가운데는 징집 인원 초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대학 재학생의 경우에는 휴학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군복무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대개 군에 입대할 경우 근무지가 거주지에서 가까운 곳으로 정해지며, 낮 시간에 군부대에서 근무를 하고 퇴근 후에는 학교로 향하는 경우가 일반화돼 있다.

이에 따라 대학 재학생들은 대부분 군복무 기간 중 야간에 개설된 과목을 수강하는 방식으로 학업을 중단하지 않으면서 군복무를 마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학 재학생들에게는 “나중에 군이 원하면 언제든지 입대한다”는 조건 아래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병역 의무를 면제해주고 있으며, 의대와 치의대, 법대 등 전문직종 진출이 예정된 학생들은 아예 징집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졸업 후 장교로 입대할 수 있는 길도 열어주고 있다.

이는 징집 대상에 비해 실제 징집 인원이 매우 적기 때문에 전문인력을 가능한 사회에서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브라질이 이처럼 느슨한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병역의무 기피에 대해 무조건 관대한 것은 아니다. 특별한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군복무를 거부할 경우에는 19~45세 사이에 여권을 발급받을 수 없도록 해 해외여행을 할 수 없도록 하는가 하면, 공무원 임용이나 공직 취임이 금지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도록 규정돼 있다.

브라질에서는 젊은이들의 군에 대한 시각이 비교적 긍정적인데다 심각한 취업난 등을 이유로 군 입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군 입대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중학교 이상의 학력을 마쳐야 하며, 일정한 시험도 치르도록 하고 있다.

3군 가운데 해군과 공군을 특히 선호하지만 군 인력 수급계획에 따라 육군에 비해 징집 인력이 한정된 탓에 병무청에서 발급하는 시험 응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해.공군 응시 자격을 얻지 못하거나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육군에 입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