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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유학생을 살해하여 인육을 먹은 일본인 이야기

 

 

 

Issei Sagawa, under arrest for the murder of Dutch student, Renée Hartevelt.

 


1981년 6월11일 사가와(佐川)라는 일본인 청년이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네덜란드 여학생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동절단기로 해체한 뒤에 인육을 먹은 사건이 발생하여 전세계에 충격을 주었다. 전세계 언론은 일본인의 잔혹성에 경악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살인마의 이야기를 일본의 가라 쥬로오라는 작가가 <무도회의 수첩>이라는 추리소설로 발표하여 제88회 아꾸다가와(芥川)상의 공동수상 작가가 되었을 뿐아니라 영화까지 만들어져 일본열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일까. 일본인들 스스로 이 사건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사회병리의 한 현상으로 진단했다. 일본의 주간지나 여성지들은 “야수”라는 말로 표현을 했고 심리학자들은 “백인에 대한 일본인의 콤플렉스의 발로”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여러 해가 지나자 이 사건에 대해서 좀 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분석을 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이 사건의 심층에는 일본인들 특유의 잔혹성, 사무라이 정신으로 사람의 목을 베는 잔혹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독일인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6백만 명의 유태인들을 학살했으나 일본인들 역시 이에 못지 않은 학살을 자행했다. 남경대학살 때는 중국인 30만 명을 일본군이 학살하여 남경 시내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일본군들은 닥치는대로 중국인 부녀자들을 겁탈한 뒤에 가슴을 도려내고 국부에 난도질을 했는가하면 어린 소녀의 국부에 대나무를 꽂아놓기도 했다. 일본군 장교들은 중국인 목베기 시합을 벌여 일본의 한 신문이 이를 스포츠 중계하듯이 연일 대대적으로 보도하여 일본군의 영웅으로 만든 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남경대학살 마저 교과서에서 삭제하여 역사를 왜곡하는 극단적인 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비추어 볼 때 사가와의 인육살인사건도 그들의 내면에 존재하는 탐미적이고 잔혹한 국민성의 발로라고 볼 수있는 것이다.

사건의 내용은 이러했다.
사가와는 파리에 유학한 일본인 청년으로 내성적이고 고독한 인물이었다. 그는 성격이 활달하지 못해 소년시절을 우울하게 보냈다. 파리에 유학을 할 무렵에는 어엿한 청년이 되어 있었는데 여자 친구를 사귀지는 않았다. 그는 파리의 빅톨 위고 광장에서 여자를 사서 성적인 욕망을 해결하고는 했다.
사가와는 매우 유복한 집안에서 자란 청년으로 파리에 와서는 씨데 유리발씨델이라는 거리에서 살았다. 이어 롱셍가(街)로 옮겨서 산 뒤에 얼란제가(街)의 고색창연한 호화 아파트에 살면서 파리 시내의 동양어학교를 1년 정도 다녔다. 동양어학교에서는 그림을 전공했다. 그러나 동양어학교에서 그를 특별한 인물로 기억하는 학생들은 거의 없었다. 그는 언제나 조용했고 소심했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말을 건네는 일조차 별로 없었다.
”사가와는 조용한 인물이군.”
”항상 예의바른 청년이기도 해. 그는 다른 일본인들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인사를 하지. 낯설기는 하지만 괜찮은 사람이야.”
사람들은 사가와를 온순하고 예의바른 인물이라고 말했다. 파리의 동양어학교는 많은 동양인들과 동양에 관심이 있는 프랑스 학생들이 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언제나 깍듯이 인사를 하는 사가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다.

이 무렵 일본은 전후의 경제 파탄을 극복하고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미국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일본이 이처럼 빠르게 경제를 회복할 수 있었던 데는 한국전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은 한국전쟁에서 필요한 군수물자를 모두 가까운 일본에서 조달하는 바람에 일본은 순식간에 전후 복구를 이룩할 수 있었다.
이어서 월남전이 발생했다. 일본은 한국전 특수로 전쟁 복구를 마친 뒤에 월남전 특수로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서구인들은 예의바르고 근면한 일본인들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다. 사가와는 서구인들, 특히 유럽인들이 일본인들에게 호감을 갖기 시작할 때 파리에 살았던 것이다. 사가와 사건이 터진 뒤 얼마 후에 일본은 경제동물로 불린게 된다.

사가와는 동양어학교를 1년 정도 다닌 뒤에 파리 제3대학에 입학했다. 그러나 학업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거리를 쏘다니거나 카페에서 술을 마시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완성되기 전에 모두 찢어버렸다. 그림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었다.
사가와는 어느날 파리 제7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네덜란드 유학생인 루네를 만나게 되었다. 루네를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루네는 쾌활하고 아름다운 처녀였다. 그녀는 왜소하고 소심한 성격의 사가와를 만나면 손을 흔들며 활짝 웃어 주고는 했다. 그러한 루네의 모습이 사가와에게는 사랑으로 받아들여졌다. 사가와는 루네와 대학 캠퍼스를 거닐면서 데이트를 했다.
루네가 보았을 때 사가와는 매력적인 청년이었다. 동양의 작고 조그만 나라,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진주만을 공습하여 전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일본, 제2차 세계대전에 패배하여 폐허가 되었던 나라, 원자폭탄이 세계 최초로 터진 나라… 루네에게는 일본이 신비스러운 나라였다.
사가와도 루네에게는 신비스러운 청년이었다. 동양인이 서양인의 푸른 눈을 쳐다보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듯이 루네도 동양인인 사가와의 까만 눈동자를 보고 있으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미지의 존재란 항상 신비스러운 존재인 것이다.

그들은 상당히 친밀했다. 사건이 일어난 뒤에 일본의 주간지나 여성지들이 사가와가 루네에게 섹스를 요구했는데 루네가 거절했기 때문에 살해한 것이라고 보도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그들이 데이트를 하는 것도 주위 사람들에게 목격되었다. 서양인이 서양인과 데이트를 하거나 동양인이 동양인과 데이트를 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되지 않지만 백인과 황색인이 데이트를 하게 되면 관심을 끌게 되는 것이다.
사가와가 파리에서 여성을 사귄 적은 몇 번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거리의 여자들에 지나지 않았다.
루네는 보나파르트가의 59번지에 살고 있었다. 얼란제가에 있는 사가와의 호화로운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이었다.
루네는 왜소하고 가냘픈 사가와보다 신장이 훨씬 컸다. 사가와는 그녀에게 상당히 매력을 느꼈다.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에 나부끼는 금발머리, 신비스러울 정도로 파란 눈, 하얀 피부는 사가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일본 여자들보다 훨씬 큰 덩치. 그 덩치를 생각할 때마다 사가와는 알지 못할 갈증을 느꼈다.
사가와는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는 날이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사가와는 어느날, 여름방학을 앞두고 루네에게 데이트를 신청했다. 벌써 몇 번째 데이트를 했기 때문에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사가와가 루네를 만난 것은 세느강 강가에 있는 노상 서점 앞이다. 세느강 강가에 있는 거리는 헌책을 파는 노상 서점이 즐비했다. 그러한 서점에는 때때로 유명한 화가의 그림이 나와 있을 때도 있고 귀중한 고서가 나와 있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사가와가 루네에게 그 곳에서 데이트를 신청한 것은 세느강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책이나 그림 따위는 관심조차 없었다.
사가와는 루네와 나란히 걸었다. 세느강에는 수많은 아베크족들이 다정하게 산책을 하고 있었다. 간간이 포옹을 하거나 가로수에 기대 서서 키스를 하기도 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세느강은 폭도 좁고 물도 맑지 않아서 그다지 아름다운 강은 아니었다. 그러나 강가에서 데이트를 하는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이 세느강을 명소로 만들고 있었다.
”이제 곧 방학이 될 텐데 루네는 어떻게 할 거야?”
사가와는 루네와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네덜란드로 돌아갈 거야. 사가와는?”
”나도 일본으로 돌아가야겠지.”
”나는 일본에 가본 일이 없어. 어떤 나라일까 궁금해.”
루네가 사가와를 쳐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초대할까?”
루네의 키가 크기 때문에 사가와는 약간 쳐다보는 듯한 자세로 말했다.
”정말?”
”물론이야.”
불쑥 말을 꺼내놓고 사가와는 후회했다. 파리에서는 서양인과 함께 다니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끈다.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싫다고 생각했다.
”허지만 비행기값과 체류비가 적지 않게 들 거야.”
루네의 얼굴이 금세 우울해졌다.
”걱정하지 말아. 비행기표는 내가 보내 줄게.”
”오 사가와!”
루네가 펄쩍 뛸 듯이 기뻐했다. 다음 순간 루네는 사가와를 힘껏 포옹하고 볼에 키스를 했다. 사가와는 황홀한 기분이 되었다. 루네의 커다란 가슴이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가 사라졌다.
”맥주 마실래?”
사가와는 얼굴이 붉어진 것을 감추기 위해 건성으로 말했다.
”파리에서는 와인을 마셔야지.”
루네가 웃으며 대꾸했다. 사가와는 루네와 함께 노상 카페에 앉아서 와인을 마셨다. 세느강 서쪽으로 붉은 노을이 지고 있다. 거리의 악사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손님들 사이를 돌아다닌다. 사가와는 마음에 내키지 않았으나 악사에게 동전을 준다. 악사가 그들을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한다. 이 음악이 뭐더라. 사가와는 악사가 연주하는 바이올린곡의 곡명을 생각해 본다. 루네는 두 손으로 턱을 받치고 황홀한 표정으로 악사를 쳐다보고 있다. 루네의 얼굴에 황혼의 여진이 드리워지면서 여신처럼 아름다워진다.

사가와는 루네가 거의 악사에게 넋이 빠져 있는 사이에 그녀의 크고 둥근 가슴에 빨려 들어간다. 루네는 동양인 여자에 비해 훨씬 큰 가슴을 갖고 있다.
루네의 가슴.
저 크고 둥근 가슴….
사가와는 브라운 계통의 밤색 셔츠를 뚫어버릴 듯이 솟아 있는 루네의 가슴을 응시하다가 전율하는 것처럼 몸을 떨었다. 사가와는 자신의 망상 속에서 루네의 커다란 가슴을 꽉 깨물고 있었다. 사가와는 손바닥에서 땀이 묻어 나는 것을 느꼈다.
거리의 악사에게 넋이 빠져 있던 루네가 사가와에게 눈을 흘겼다. 아아 루네는 악마와 같은 나의 생각을 눈치챘다는 말인가.
”보여 줄게.”
루네의 어두컴컴한 아파트 앞에서 루네가 갑자기 말했다. 사가와가 루네를 아파트 입구까지 바래다주었을 때였다. 사가와는 무슨 뜻인지 몰라 루네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루네가 갑자기 벽에 기대 서서 셔츠를 걷어 올렸다.
”아!”
사가와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으며 탄성을 내뱉었다. 갑자기 눈앞이 환해지는 기분이었다. 루네가 브라운 계통의 셔츠를 걷어올리자 희고 뽀얀 두 개의 젖무덤이 드러난 것이다.

사가와는 루네와 헤어지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쩐지 비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루네는 당당하게 가슴을 보여주었다. 그런데도 그는 루네의 가슴에 손끝 하나 건드릴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루네가 자신의 가슴을 보여주고 있는데도 가까이 가지 못했을까. 무엇 때문에 루네는 완강하기만 한 것일까. 그런데 나 자신은 한없이 왜소하지 않은가.
”루네를 아파트에 초대할 거야.”
사가와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루네를 아파트로 유인하여 살해하리라, 루네를 살해한 뒤에 마음껏 유린하리라. 루네와 만나는 것은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녀를 소유하고 싶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크고 완강한 몸, 가슴, 손…. 모든 것을 소유하고 싶었다.
루네를 아파트로 초대하자는 생각은 마음 속에서 여러 번 했으나 어쩐 일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사가와는 밖으로 나왔다. 여자에 대해 강렬한 욕망이 일어나 억제할 수가 없었다. 사가와는 빅톨 위고 광장으로 바쁘게 걸어갔다. 빅톨 위고 광장에는 몸을 파는 여자들이 있었고 그는 몇 차례인가 그 곳에서 백인 여자를 산 일이 있었다.
넓은 오솔길을 걸어 광장으로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한 여자가 사가와에게 접근해 왔다. 단발머리에 키가 작고 푸른 눈을 갖고 있었다. 몸은 통통했으나 미인은 아니었다.
”헤이 중국인?”
여자가 그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여자는 껌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노오.”
”그럼 일본인?”
”그래.”
사가와는 건달처럼 어깨를 으쓱한 뒤에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거리의 여자들에게 공손하게 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재미보고 싶지 않아?”
”너는 싫어. 너는 덩치만 컸지 서비스는 엉망일 거야.”
”호호호! 이거 왜 이래? 즐겁게 하지 않으면 돈을 받지 않아.”
여자가 그의 팔짱을 꽉 끼었다. 사가와가 팔을 뿌리치려고 했으나 의외로 여자의 팔 힘이 강했다. 사가와는 못이기는 체하고 가까운 곳에 있는 그녀의 방으로 따라갔다. 여자가 생각날 때마다 그는 빅톨 위고 광장을 찾아왔고 여자들의 방을 따라가서 일정액의 화대를 지급하고 허겁지겁 욕망을 배설한 뒤에 돌아오고는 했다.

여자는 방으로 들어서자마자 화대를 챙기고 스커트를 벗은 뒤에 침대에 누웠다. 일본의 사창가나 별로 다르지 않았다. 사가와는 천천히 옷을 벗었다. 방음이 잘되지 않는지 어느 방에선가 여자의 교성이 들려왔다. 옆방도 매춘부의 방이 분명했다. 사가와는 언제나처럼 서둘러 일을 치르고 여자의 방을 나왔다. 허름한 아파트 일대에 적지 않은 여자들이 서성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곳이 사창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가와는 얼란제가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왔다. 사창가에서 몸을 파는 여자의 몸에 욕망을 배설한 뒤의 불쾌한 감정 때문에 그는 샤워를 깨끗이 하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그는 루네를 살해하는 망상을 했다. 얼마 전부터 그는 루네를 죽이고 그의 인육을 깨물어 먹는 망상을 하고 있었다. 물론 망상이 죄악은 아니다.
사가와는 고개를 흔들었다. 루네와 침대에서 사랑을 하게 되면 이토록 불쾌한 감정이 일어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했다.
”루네는 깨끗한 여자야.”
루네는 희고 탄력있는 피부를 갖고 있었다. 웃음이 헤펐으나 짧은 스커트 아래 포동포동하게 살이 찐 허벅지와 면셔츠를 둥글게 떠받들고 있는 두 개의 탐스러운 젖가슴을 생각할 때마다 그는 가슴이 쿵쾅거리고 뛰었다. 망상은 계속되었다. 그는 루네와 만나서 일본의 앵차를 마시는 상상을 했다. 루네는 그에게 정겨운 웃음을 보내고 있다. 그는 루네에게 가까이 다가가 셔츠를 벗기고 가슴에 키스를 한다. 루네는 목을 뒤로 젖히고 즐겁게 웃고 있다. 그는 루네의 희고 탄력있는 가슴을 한 입 가득 베어 문다. 루네는 비명을 지른다. 밍밍한 살덩어리를 깨물고 있는 그의 입에서 피가 묻어 나오고 있다….
그러한 망상은 놀랍게도 매일같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망상은 꿈으로도 이어졌다.
루네는 알몸으로 그의 아파트에 서 있다. 그는 루네를 마구 때리고 있다. 루네가 큰 탓일까. 서양인에 대한 알 수없는 적개심이 일어났다. 이유는 알 수없다. 루네는 비명을 지르지만 도망을 가지 못하고 있다. 그는 루네에게 폭군처럼 군림하고 있다. 루네의 봉긋한 가슴이 탐스럽게 드러나 있다. 그는 거대하다. 그는 루네를 공격한다. 루네가 입을 벌리고 몸부림을 친다. 비명인지 신음소리인지 마구 소리를 질러댄다….
악몽을 꾸다가 사가와는 늦게서야 잠에서 깨었다. 아파트의 창으로 눈부신 아침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루네의 가슴을 본지 닷새째 되던 날이었다. 그는 헐레벌떡 일어나서 시계를 보았다. 9시20분, 루네가 도서관을 향해 가려는 시간이 30분도 남지 않았다. 그는 후닥닥 세수를 하고 파리 제7대학의 도서관 앞으로 달려갔다. 간신히 루네가 지나가기 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 쉬었다.
”하이!”
두툼한 책을 가슴에 보듬어 안은 루네가 사가와를 향해 걸어오면서 손을 흔들었다. 루네는 청바지와 붉은 색의 셔츠를 걸치고 있다. 방학이 되었지만 루네는 네덜란드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네덜란드로 돌아가는 것은 다음 주라고 하니까 이번 주 안에 결말을 내야 하는 것이다.
”하이!”
사가와도 루네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따가 점심 함께 하지 않을래?”
루네가 물었다. 학교는 이미 방학이 시작되어 텅비어 있었다. 6월11일의 일이었다.
”안돼. 약속이 있어서 곤란해.”
사가와는 거짓말을 했다. 오늘 밤 루네를 초대하여 오랫동안 망상으로 계획했던 일을 실천하려는 참이었다. 루네가 도서관을 오가는 길에 그가 나타난 것은 그녀를 저녁에 초대하기 위해서였다.
”그래?”
루네의 얼굴에 언뜻 실망하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루네와는 키스 정도를 하고 지내는 사이였다. 게다가 루네는 자신의 가슴을 사가와에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좀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루네는 혹시 청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루네, 저녁에 내 아파트에 올 수 있겠어? 나도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식사를 같이 하고 싶어.”
사가와는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루네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좋아.”
루네가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짓다가 쾌활하게 말했다.
”저녁 8시에 꼭 와줘.”
사가와는 루네에게 다짐을 하고 루네를 비켜 걸었다. 그때 루네가 그의 팔을 잡고 볼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손을 흔들며 총총걸음으로 걸어갔다. 사가와는 걸음을 떼어놓는 척하면서 루네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금발의 머리카락을 햇살 속에서 나부끼며 루네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루네는 등이 넓었다. 사가와는 그 완고한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또 다시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사가와는 아파트로 돌아왔다. 이상하게 숨이 가빴다. 그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그의 아파트에는 살인도구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었다. 전기 자동절단기와 권총은 이미 오래 전에 구입해 두었다. 카메라도 준비했다. 이제는 루네가 그의 아파트에 나타나기만 하면 일을 깨끗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연습도 해둔 상태였다.
처음에는 나이프로 루네를 찌르는 방법을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프로 찌르기에는 루네가 너무 컸다. 그보다 20센티나 더 큰 루네를 나이프로 찌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총을 선택하기로 했던 것이다.
밤이 되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얼란제가의 그의 아파트에서는 화려한 꽃들이 피어 있는 정원이 내려다보였다. 그는 해가 기울기 시작하자 창문을 닫고 커텐을 내렸다. 총소리가 밖에 들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혹시라도 총소리가 들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초인종이 울렸다. 드디어 루네가 온 것이다. 그는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서두를 필요는 전혀 없었다. 아파트의 현관밖에는 루네가 서 있었다.
”어서 와.”
루네는 붉은 장미꽃을 한 다발 들고 있었다. 옷은 하늘색 원피스를 입고 보조개가 패는 귀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가와는 루네를 가볍게 포옹했다가 놓고 붉은 장미꽃을 받아들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루네가 그의 아파트로 들어온 것이다.

그날 밤 얼란제가의 아파트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렸다. 사가와가 자신의 아파트에서 루네를 권총으로 살해하는 총소리였다. 아파트는 방음이 잘되어 있어서 총소리가 외부로 들리지 않았다. 이웃에서 총소리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안해, 루네. 나는 너를 먹고 싶은 생각을 억제할 수가 없었어.”
사가와는 거실에 쓰러진 루네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낮게 뇌까렸다. 루네의 머리에서 흘러내린 피가 거실 바닥을 흥건하게 적시고 있었다. 피냄새가 강하게 코끝에 풍겨왔다. 사가와는 잠시 동안 주위의 동정을 살폈으나 아무 기척이 없었다. 총소리가 외부로 새어나가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그는 가슴이 격렬하게 뛰는 것을 진정시켰다.
”나는 이런 짓을 하지 않을 수 없었어.”
사가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된 것은 정말 어쩔 수없는 일이었다. 사가와는 저녁을 마치고 접시를 씻는 일을 루네와 같이 했었다. 루네는 접시들이 예쁘다면서 웃었다. 사가와는 그러한 루네에게 따뜻한 앵차를 끓여주었다. 루네는 차를 마신 뒤에 창문을 열고 아파트의 광장을 내려다보았다. 사가와는 한 손으로 루네의 가슴을 움켜쥐고 한 손으로 원피스 안으로 손을 넣으려고 했다. 빅톨 위고 광장에서 만난 창녀들에게 흔하게 했던 짓이었다.
”이러지마, 사가와.”
루네가 웃으며 그의 손을 떼어냈다.
”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
”너를 갖고 싶었어.”
”지금은 아니야.”
”가슴까지 보여주었잖아?”
”그래도 아니야.”
루네는 청혼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서양인들 끼리라면 프로포즈를 하지 않고도 섹스를 한다. 그러나 루네는 동양인과 그런 짓을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가와는 어색하게 웃으며 순순히 뒤로 물러섰다.

루네는 웃으며 창문을 닫고 돌아섰다. 사가와가 폭력적이라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가와는 창문을 닫고 커텐을 내렸다. 두 사람 사이에 약간의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루네가 거실의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는 거실의 장식장에서 권총을 꺼냈다. 더 이상 머뭇거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루네가 일어서려고 했다. 루네는 이제 집으로 돌아갈지 모를 일이었다. 그는 루네의 머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요란한 총성이 울렸다. 루네의 머리에서 피가 왈칵 뿜어지며 루네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사가와는 루네의 시체 앞에서 망연히 서 있었다. 막상 루네를 살해했는데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가와는 자신이 계획한 일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인육을 먹는 일이었다.

루네를 살해한 뒤에 사가와가 그날 밤을 어떻게 지냈는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가 공포에 질려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 신문기사도 있고 시체를 유기할 방법을 연구했을 것이라는 기사도 있었다. 파리경찰은 그 부분에 대해서 완전하게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몇 가지 추측은 가능했다. 그는 루네를 살해했고 시체를 유기해야 했다. 그러나 사람의 시체를 온전한 상태로 아파트 밖으로 끌어내어 유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는 마침내 시체를 절단하여 가방에 담아서 내가는 방법을 생각했다.
문제는 인육이다. 살인은 끝내 이루어졌고 시체는 거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사가와는 루네의 시체를 욕실로 옮겼다. 시체를 절단하는 것은 피가 너무 많이 흘러내리기 때문에 거실에서는 불가능했다. 옷도 모두 벗겼다. 루네는 비록 죽었지만 완벽하게 아름다운 백인 여자의 나신을 갖고 있었다. 동양인으로서는 좀처럼 관찰할 수없는 여체였다.
그는 루네를 해체했다. 몇 개의 인육을 떼어내어 냉장고에 보관했다. 어느 부분은 생식을 했다. 사가와에게 그날 밤은 유난히 길었을 것이었다. 인간에서 짐승으로 변하던 날이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의 순서가 뒤바뀌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는 오로지 인육을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먹기 좋은 부분부터 베어냈을지도 모른다.
6월11일 밤이 지나고 날이 밝았다. 사가와는 거의 외부 출입을 하지 않았다.

6월12일 밤 사가와는 절단한 시체를 버리려다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가 시체를 버리려고 한 불로뉴 숲의 호수에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 시체를 유기할 수가 없었다. 그는 아파트의 핏자국을 지우고 루네의 옷을 먼저 쓰레기장에 버렸다. 시체를 유기하는데 성공하지 못한 사가와는 초조해졌다.
6월13일이 되었다. 살인사건을 저지른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사람들이 루네의 행방불명을 수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가와는 그날 밤에 슈츠케이스 2개에 루네의 시체를 넣어 불로뉴 숲의 호수에 버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가 버린 슈츠케이스는 이튿날 사람들에게 발견되어 파리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루네의 시체가 자동절단기로 해체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리 경시청은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최단 시일 내에 사건을 해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파리 시내에 경찰이 쫙 깔렸다.
피해자인 신원이 먼저 밝혀졌다. 해체된 사체가 네덜란드 유학생 루네라는 것이 밝혀지자 경찰의 수사는 급물결을 탔다. 루네 주변의 인물들이 경찰의 철저한 추적을 받았다. 그 과정에서 루네를 찾아오는 사람들 중에 동양인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은 파리 시내의 동양인들을 주목하고 저인망식 수사를 펼쳤다.

6월14일이 되었다. 거리에 형사들이 몰려다니는 것을 본 사가와는 불안해졌다. 그날 밤 사가와는 파리 폰누프가에 자동절단기를 버리고 돌아왔다.
6월15일 날이 밝았다. 경찰의 수사망에 사가와가 걸려들었다. 루네가 만나는 동양인이 일본인 청년 사가와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파리 경시청은 수생영장을 발부받아 사가와의 아파트를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진입했다. 사가와는 아파트에서 파리 경시청에 체포되었는데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루네를 살해한 이유가 무엇인가?”
파리 경찰은 현장에서 사가와를 심문하기 시작했다.
”오래 전부터 식인 충동을 느꼈다.”
”그럼 인육을 먹기 위해 루네를 살해했는가?”
”그렇다.”
”루네의 인육을 먹었는가?”
”그렇다”
경찰은 그의 자백을 현장에서 일일이 녹취하고 촬영했다. 사가와는 몇 번에 걸쳐 루네의 인육을 먹었다고 자백하여 파리 경찰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네덜란드 여학생 인육살인사건은 전세계로 타전되었다.

일본인들은 경악했다.
일본의 신문들은 연일 인육살인사건을 대서특필했다. 일본의 신문이나 잡지들은 사가와가 루네를 사살한 후에 자동절단기로 사체를 해체했고, 그 인육 조각을 접시에 나열한 뒤에 30여장의 칼라 사진으로 찍었다고 보도하기도 하고 프라이팬으로 요리를 해서 먹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파리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파리 경찰이 루네의 해체된 인육을 찍은 네가필림은 영원히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1982년 10월 파리 지방재판소 예심부는 사가와가 범행 당시 “심신상실상태”라는 결론을 내렸다.
인육살인사건은 “카니발리즘(Canibalism)”이라고 하는데 어원은 기독교에서 고기를 먹지 못하는 사순절(四旬節 : 금육기간)을 지나서 고기를 먹어도 되는 축제를 말한다. 최근에는 식인(食人)의 의미로 쓰인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일본은 남경에서 30만명의 중국인들을 학살했다. 일본인들 스스로 소설 속에서 묘사하기도 했지만 인육을 먹는 소설도 적지 않게 등장하는 것을 보면 그들의 의식 깊은 곳에 카니발리즘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 일본 식인 문화의 소개 사이트 ^*^

 

Issei Sagawa, The Japanese Celebrity Cannibal

http://iml.jou.ufl.edu/projects/Spring03/Rawlins/sagarrest.htm

 

 

Link to Page About Issei Sagawa

http://iml.jou.ufl.edu/projects/Spring03/Rawlins/sagawa.htm

 

 

All about Issei Sagawa by Katherine Ramsland - Crime Library on truTV.com

http://www.trutv.com/library/crime/serial_killers/weird/sagawa/10.html

 

 

Issei Sagawa Everything

http://everything2.com/index.pl?node_id=1153136

 

 

New Criminologist : Issei Sagawa: Celebrity Cannibal

http://www.newcriminologist.com/article.asp?nid=17


倭寇皆さんの食性には勝つことができませんwwww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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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ei Sagawa, under arrest for the murder of Dutch student, Renée Harteve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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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ei Sagawa, The Japanese Celebrity Cannibal

http://iml.jou.ufl.edu/projects/Spring03/Rawlins/sagarrest.htm

 

 

Link to Page About Issei Sagawa

http://iml.jou.ufl.edu/projects/Spring03/Rawlins/sagawa.htm

 

 

All about Issei Sagawa by Katherine Ramsland - Crime Library on truTV.com

http://www.trutv.com/library/crime/serial_killers/weird/sagawa/10.html

 

 

Issei Sagawa Everything

http://everything2.com/index.pl?node_id=1153136

 

 

New Criminologist : Issei Sagawa: Celebrity Cannibal

http://www.newcriminologist.com/article.asp?nid=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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