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GreenZonePositiveRelationship

다시 역으로 돌아가 이번엔 서쪽출구인 니시구치西口로 빠져 나온다. 쇼핑몰이 즐비한 동쪽신주쿠가 자유분방한 청년이라면, 관공서나 대기업의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마치 부잣집 도련님같은 이미지마저 풍긴다. 우리는 염치 불구하고 게이오京英플라자호텔이라는 근사한 호텔에 남루한 차림으로 들어가 따가운 시선을 피해가며 가까스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최고층에 오르니 창 밖으로 펼쳐지는 도심의 야경은 너무나도 황홀해서 차가운 옆구리가 더욱 시려온다. 남루한 차림 때문에 행여나 전망대 레스토랑의 매상을 떨어뜨리는 건 아닌가 하는 괜한 걱정에 못 이기는 척 내려와서 이번엔 동경의 사령탑, 동경도청都廳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곳은 일본이 버블경제 속에서 한창 호황을 누릴 무렵에 국민들의 원성까지 사가며 올린, 도무지 도청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멋드러진 건물이다. 동경에서 가장 높고 바깥경치도 훌륭해서, 날씨만 좋다면 후지산까지도 보이는 이곳은 더군다나 “무료”여서 관광객들에게 절호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망대를 거닐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국인 여성 두 분을 만나서 얼마나 반갑던지…. 해외에선 태극기만 봐도 눈물이 난다던데 정말이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다스리느라 한참동안 애를 먹었다.

동경까지 왔는데 그 유명한 동경타워를 그냥 지나치고 갈 수야 없지.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가서 내리니,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을 쏙 빼닮은 낯익은 철탑이 시야에 들어온다. 꼭대기를 올려다보려니 뒤로 나자빠질 것만 같다. 타워를 배경으로 하여 사진을 찍으려니까 이리 재고 저리 재봐도 카메라에 다 들어오지를 않는다. 에펠탑보다도 13m 더 높은 333m라고 하니 카메라에 잡히지 않는 이유가 대충 짐작이 간다. 비싼 전망대는 언젠가 연인과 함께 다시 찾겠노라고 기약을 하고 돌아서는데, 어째 발걸음이 적잖이 무겁게 느껴진다.

돌아오는 길에 요시노야吉野屋라는 유명한 음식점에 들러서 규동이라고 하는 돼지고기덮밥을 먹었다. 여담이지만 이 요시노야는 예전에 우리나라에도 진출했지만 한국인의 입맛과는 전혀 맞지 않아서 참패를 하고 손을 뗐다고 한다. 그러나 곁들여 먹는 불그스름한 장아찌의 강렬한 향만 빼면 맛이 그런 대로 괜찮아서 한 그릇을 후딱 해치우고 나니까 출출했던 시장기가 싹 가신다.
아니나 다를까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아니 지옥철地獄鐵에 겨우 올라타 생과 사의 경계를 몇 번이나 오락가락 하더니 어느새 치바에 도착한다. 집에 들어가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니까 하루동안 쌓인 피로가 싹 달아난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 밑에서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온 맥주와, 일본의 맛깔스런 안주가 어울리니 웬만한 고급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다. 하루동안 찍은 사진도 보고 한국어, 영어, 일어가 오가는 좌담을 나누다 보니 어느새 자정이 넘었다. 그렇게 동경에서의 첫날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 첫째날 이야기 終-


[1日] 高校生たちの 東京 旅行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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