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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핸더슨의 "사모곡"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다. 미국 현지에서 주목 받는 한국계 신예 파이터 벤 "스무스(smooth, 부드러운 이라는 뜻)" 핸더슨이 자신의 성공 뒤에는 헌신적인 어머니의 지원이 있었다고 말해 훈훈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벤 핸더슨은 한국인 김성화씨와 주한 미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격투기 선수다. 미국 메이저 격투기 단체인 WEC 라이트급에서 2연승을 거두며 주목 받는 신예로 급부상했다.
벤 핸더슨이 밝힌 자신의 강점은 힘도, 체력도 아닌 "강한 정신력"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타고난 재능은 모자랐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훈련과 경기에 임해왔고 승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벤 핸더슨은 엠파이트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강한 정신력은 한국인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한국 혈통을 자랑스럽게 느낀다"라며 한국인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한국 혈통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미국에서 가게 3개를 운영하며 형제를 보살핀 철의 여인"
벤 핸더슨의 어머니 김성화씨는 옷 가게 두 군데와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악착스레" 벤 핸더슨과 그의 형을 키웠다. 영어가 능숙하지 않았음에도 하루 15시간씩 일하며 노력한 덕에 성공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처럼 헌신적으로 두 형제를 키운 김성화씨의 모습이 어릴 적부터 벤 핸더슨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벤 핸더슨은 어머니 김성화씨를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칭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강한 마음가짐은 벤 핸더슨에 큰 도움이 되어주고 있다. 벤 핸더슨은 지난 경기에서 상대 쉐인 롤러에게 큰 펀치를 허용하며 KO위기에 몰렸다. 다른 선수였더라면 기권을 했을 수도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벤 핸더슨은 경이로운 정신력으로 위기를 버텨내며 오히려 역전 KO승을 거뒀다. 벤 핸더슨은 이러한 역전승이 가능했던 것도 어머니의 악착같은 끈기를 닮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겸손히 말한다.
"한국인의 뿌리와 정신"강조하시던 어머니
김성화씨는 벤 핸더슨이 12살 때 벤 핸더슨과 그의 형을 태권도장에 보냈다. 두 아들에게 한국인의 뿌리를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모국어 교육에도 힘을 썼다. 집에서 항상 두 아들과 한국어로 대화하려 힘썼다. 벤 핸더슨은 아주 어릴 때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단 한 번도 한국에 온 적이 없음에도 김성화씨의 노력 덕분에 한국말로 어지간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김성화씨는 벤 핸더슨에 한국의 중요한 문화인 예절과 웃어른에 대한 공손함을 강조하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벤 핸더슨이 침착함과 사려 깊음이 묻어나는 말투를 가질 수 있었던 까닭이다.
어머니와의 내기
벤 핸더슨이 어머니와의 내기에 이겨서 문신을 새기게 된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벤 핸더슨이 고등학교 3학년 때였다. 문신이 너무도 갖고 싶던 벤 핸더슨은 어머니에 몇 번이나 문신을 허락해달라고 졸랐지만 어머니의 입장은 완고했다.
문신을 가지기 위해 궁리에 궁리를 거듭하던 벤 핸더슨은 조건을 내걸었다. 레슬링 대회 결승에 오르면 문신 새기는 것을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다.
어머니 김성화씨는 이 내기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전년도인 고등학교 2학년 때 벤 핸더슨의 레슬링 성적은 그야말로 결승전과는 거리가 먼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김성화씨는 벤 핸더슨이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래 타고난 훈련광이었던 벤 핸더슨은 문신이라는 동기가 더해지게 되며 맹훈련을 거듭했고, 결국 주 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그리고 한글로 문신을 새길 수 있게 되었다.
한글 문신과 함께 새긴 한국인의 긍지
그렇게 해서 벤 핸더슨은 한글로 세 개의 문신을 새겼다. 몸통 양쪽에 각각 "힘, 명예"와 "벤 핸더슨"이라고 새겨 넣었고 어깨에 "전사"라는 문신을 넣었다. 한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뜻도 잘 모르는 영어와 일본어 등으로 문신을 새길 때 영어를 일생 동안 써온 벤 핸더슨은 한글로 문신을 새긴 것이다.
"한글은 촌스럽다"는 젊은이들의 막연한 생각에 경종을 울리는 것은 물론 벤 핸더슨이 한글과 민족에 대해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중 벤 핸더슨이 가장 아끼는 문신은 자신의 영어이름을 한글로 쓴 "벤 핸더슨". 자신의 영어이름을 한글로 새겨 넣음으로 미국인과 한국인의 피가 함께 흐르는 자신의 정체성을 잘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데니스 강의 활약에 마음 뿌듯
벤 핸더슨은 다른 한국계 선수들의 활약에도 관심이 많다. 특히 예전부터 데니스 강이 자신과 같은 한국계라는 것을 알고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왔다고 한다. 벤 핸더슨은 "기회가 된다면 꼭 데니스 강처럼 한국 팬들 앞에서 경기를 가지고 싶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고 인터뷰를 끝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