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정상 발언때마다 친근감 표현, 덕담 연발
단독회담 15분 넘겨 진행..하토야마 방명록에 `友愛”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이승우 기자 =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하고자 하는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다”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가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친 직후 밝힌 소감이다.

양국 정상 모두 회담 내내 적극적으로 새로운 관계 정립을 위해 노력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 대통령과 하토야마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을 `신(新) 한일관계” 정립의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역력해 보였다. 그런 만큼 회담 분위기는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대목없이 시종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양국 정상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상대국에 친근감을 표현했고 덕담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이 대통령과 김윤옥 여사는 오전 11시 7분께 하토야마 총리 내외가 청와대 본관 앞에 도착하자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며 “만나서 반갑다”고 인사했고, 이어 양국 정상 내외는 다정히 손을 잡고 활짝 웃는 모습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방명록에 `우애(友愛)”라고 적어 한국과의 우의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류팬”으로 알려진 미유키 여사도 김 여사에게 `태극 문양”으로 구성한 꽃다발을 전달했다.

오전 11시 10분께부터 시작된 단독 정상회담도 예정 소요시간인 20분을 훌쩍 넘겨 35분간 진행됐을 만큼 한일 양국 정상은 당초 예상보다 심도있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20여분 간 진행된 확대정상 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관계 증진을 위한 의지가 담긴 발언을 여러차례 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하토야마 총리가 첫번째 공식 해외방문지로 한국을 택한 점을 거론하면서 “새로운 차원의 양국 관계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뒤 “우리 국민은 하토야마 총리 취임 이후 그 단계를 뛰어넘는 발전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총리도 “첫 양자회담 공식 방문국으로 한국을 찾게 된 것은 저와 일본 국민들이 귀국(한국)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관계가 강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증거”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저희 새 정권은 역사를 직시하고 해결해갈 용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총리는 또 최근 일본에서 열린 “한일축제 한마당”이 성료했음을 언급하면서 “아내도 젊지는 않지만 축제에 참가해 상당히 좋은 경험을 했다고 흥분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그것이 바로 문화교류다. (미유키) 여사도 1년은 걸려야 할 문화교류를 3주 만에 한 것 같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이에 하토야마 총리는 “한국 영화배우가 멋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공동회견에서도 하토야마 총리의 첫 해외방문지가 한국이라는 점을 언급, “이는 한일 양국 관계가 그만큼 가깝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하토야마 총리의 방한이 개인적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뿐 아니라 세계가 당면한 주요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협력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하토야마 총리도 “우리는 여러분과 한국 문화를 상당히 좋아한다”면서 “대부분 일본 국민들은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며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

그는 이어 “총리가 된 지 3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첫 해외 방문국으로 한국을 택하게 된 것도 역시 그러한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하고자 하는 마음을 공감할 수 있었음은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상회담과 공동기자회견에 이어 경내 상춘재에서 열린 오찬에서 두 정상 내외는 `가족”을 주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환담했다.

먼저 미유키 여사가 “한국 드라마를 보면 (한국인들은) 가족을 중시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김윤옥 여사 는 “부모와 자녀가 항상 대화하고 마주하는 스킨십이 중요하다”며 “우리 내외도 평소 쉬는 날에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앞으로 하토야마 총리가 방한할 때는 꼭 부인을 동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으며, 김 여사는 “이 대통령이 각료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 항상 부인을 동반시키고 당부말씀도 한다”고 거들었다.

또 두 정상은 기후변화 등 글로벌 이슈를 놓고 대화하던중 “서로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며 “오늘까지 3차례 만났는데 이렇게 빨리 신뢰를 형성하게 돼 기쁘다”고 서로 덕담을 건넸다.

오찬에는 김치와 멸치전 등 기본 한식 반찬과 함께 전복숙회, 잣죽, 3색전, 메로 고추장 양념구이, 송이 야채 떡산적, 냉면, 인삼차 등이 올랐으며, 건배주로는 자색 고구마 막걸리가 곁들여 졌다.

특히 오찬 중에 와인이 나오자 하토야마 총리 내외는 “막걸리로 계속하겠다”면서 와인을 물렀으며,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차례로 맛보면서 “정말 맛있다”를 연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정보다 약 30분 길어져 약 1시간 30분간 진행된 이날 오찬에 앞서 하토야마 총리는 “며칠전 이승엽 선수( 요미우리 자이언츠 )를 만났는데 이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해달라고 부탁하더라”면서 이 선수가 사인과 함께 `이 대통령께”라고 직접 쓴 흰색 유니폼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두 정상 내외는 서로 선물을 교환하며 우애와 신뢰를 다졌다고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좌우명이 `우애”인 하토야마 총리에게는 숭고한 정신과 우애를 상징하는 목련을 한국 전통 칠보로 표현한 `목련칠보액자”를 선물했으며, 평소 한식과 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미유키 여사에게는 일본어 한식요리책과 국내 유명 도자공예가가 만든 `백자칠보문이중투각호”를 전달했다.

또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하토야마 총리의 모친에게는 특별히 한글이 새겨진 커피잔 세트를 선물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이 대통령 내외에게 수공예품 전통 그릇 세트와 은수저를 각각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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