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사망한 MBC 기상 캐스터 고(故) 오요안나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그의 유서로 추정되는 문서의 일부가 공개됐다.

27일 매일신문은 오씨 사망 후 비밀번호가 풀린 휴대전화에서 유서가 발견됐으며 그 안에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유서에는 오씨보다 먼저 MBC에 입사한 기상 캐스터가 오보를 내고 오씨에게 뒤집어씌웠다는 얘기도 있다고 한다. 퇴근 시간이 지난 뒤 ‘가르쳐야 한다’는 이유로 회사로 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오씨는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으나 별다른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가 나온 후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유서 및 카톡 일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오씨가 휴대전화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 일부가 담겨 있었다.

게시물에 따르면, 오씨는 “사는 게 너무너무 피곤하다”며 “나를 설득시켜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도 싫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마음껏 사랑만 할 수 없는 게 싫다”고 했다. 특히 오씨는 “인간관계 다 그런 거라고 하셨죠? 항상 그렇게 사십쇼. 불편한 관계 삭제시키면서”라고 했다. 생전 그를 힘들게 했던 이의 실명을 기재한 것으로 보인다.

게시물에는 오씨가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회사 생활로 인해 억울함과 화가 나서 힘들어했다는 내용의 진료 차트가 포함됐다. 오씨가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인물이 “여기 혼자 일하냐” “회사로 다시 와라” 등 질책하고, 오씨가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도 있었다.

오씨의 지인들은 사건 공론화에 나섰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 오씨의 계정을 태그한 후 “요안나는 피해 사실을 직장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MBC와 가해자는 이를 외면했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사건을 무책임하게 넘기려는 회사와 가해자를 방관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MBC 측의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한 유튜브 채널은 27일 오씨를 괴롭힌 것으로 추정되는 기상 캐스터 2명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의 인스타그램에는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28일 현재까지 이들 기상 캐스터와 MBC 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오씨는 2021년 5월 MBC 기상 캐스터로 합격해 활동했으나 2년 뒤인 지난해 9월 2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