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정치인에 여성 상납…伊 정치판 추악”

총리 섹스스캔들 당사자

다다지오 FT와 인터뷰

”나는 희생양일 뿐” 주장

”나는 진실을 말한 유일한 사람이다.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면 정치판의 추악한 시스템을 누가 바꿀 수 있겠는가?”

이탈리아의 파트리치아 다다리오(42ㆍ사진)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다리오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나눈 은밀한 대화 녹취록이 지난달 20일 언론에 공개되면서 이탈리아 정가를 발칵 뒤집어놓은 섹스 스캔들의 당사자다.

베를루스코니를 만나기 전까지 그녀는 한 아이를 둔 싱글맘으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성매매를 하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그러나 고향인 남부도시 바리의 지역 사업가 타란티니의 소개로 총리를 만난 이후 운명은 소용돌이쳤다.

특별할 것 없는 성매매 여성에서 일약 유럽의회 의원후보로 공천됐다가 느닷없이 중도 낙마의 아픔을 겪고 총리의 사생활 추문을 폭로하기까지 채 1년도 걸리지 않았다.

그녀는 바리에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취재진과 만나 TV드라마보다 극적인 지난날들을 털어놨다.

녹취록이 공개된 마당에 자신을 외부에 알리지 않을 경우 신변에 위협이 가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기업인들이 정치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여성을 “조달”하는 시스템, 이탈리아 정치판이 돌아가는 방식은 이런 식이죠. 좌파, 우파 구분도 없어요. 나도 결국 시스템 (희생양)의 일원이었어요.”

지난해 11월 4일, 대서양 건너 시카고에서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후보가 대선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었고, 베를루스코니는 다다리오와 함께 밤샘 파티의 쾌락에 취해 있었다. 다다리오가 마음에 들었던 베를루스코니는 유럽의회 의원후보라는 선물을 그녀에게 안겼다.

또 한 번의 신데렐라 스토리가 해피엔딩으로 치닫는 순간, 모든 것을 수포로 돌리는 사건이 터졌다.

지난 5월 3일, 남편의 연이은 섹스 추문에 염증을 느낀 총리 부인 베로니카 라리오가 정식으로 이혼을 요구한 것이다.

때마침 다다리오가 친한 지인과의 전화 통화에서 그날 밤의 애정 행각(나도 샤워하러 갈거야...침대에서 나를 기다리는 게 어때?...)을 녹취한 테이프의 존재를 알린 것이 화를 키웠다.

그녀는 “어느 날 집에 돌아와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손에 아파트가 쑥대밭으로 변했고 파티 때 베를루스코니와 찍은 사진과 입었던 옷들이 사라졌다”고 했다.

이후 그녀는 의원후보 자격을 박탈당했다. 무엇보다 그녀를 아프게 한 건 “이 일로 아버지가 자살했고 어머니와 딸은 만날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다다리오는 그러나 “나와 비슷한 처지의 여성들이 (나처럼) 진실을 말할 수만 있다면 이 추악한 시스템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처음에 그녀와의 관계를 부인했던 베를루스코니는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나는 성인이 아니다”라는 궤변을 남긴 채 무대 뒤로 꼬리를 감췄다.

베를루스코니가 특유의 언변과 무책임함으로 추문을 피해다니는 일을 일상처럼 되풀이하자 이탈리아 국민들의 반감도 커지고 있다.

급기야 총리의 맏딸인 바르바라는 5일 발매된 이탈리아판 “배니티 페어”와의 인터뷰에서 “정치가는 공적인 자리에서 설파했던 가치들을 사생활에서도 지켜야 한다”며 “철없는” 아버지의 애정행각에 직격탄을 날렸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