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농림성 사무차관 출신… 아들 직장없이 집에만, 폭력 성향도 

일본 중앙부처에서 고위 관료를 지내고 퇴임한 70대 아버지가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며 소일하고 있는 40대 아들을 말다툼 끝에 살해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2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 30분쯤, 도쿄도 네리마(練馬)구의 2층짜리 단독주택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경찰에 전해졌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은 넋을 잃은 듯한 표정을 하고 있는 구마자와 히데아키(76)씨를 발견했다. 옆에는 피를 흘리고 있는 40대 남성이 쓰러져 있었는데, 별다른 직장 없이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던 그의 아들(44)이었다.

구마자와씨는 경찰에 “말다툼을 벌이다 아들을 (칼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수차례 흉기로 가슴 등을 찔린 아들 에이이치로씨는 황급히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과다 출혈로 인해 한 시간 만에 숨졌다.

일본 언론들은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나섰다. 구마자와씨가 정부 부처 차관까지 지낸 고위 관료 출신 인사이기 때문이다. 명문 도쿄대를 졸업한 그는 1967년 농림수산성의 전신인 농림성에 들어가 경제국장 등을 거쳐 2001년 1월 사무차관에까지 올랐다. 2002년 1월 광우병 파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 속에 불명예 퇴임을 하긴 했지만, 그 이후 체코 대사를 지내기도 했다.

부친의 손에 살해당한 아들의 구체적인 신상정보는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이웃 주민들의 증언 등을 토대로 그가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였다고 전하고 있다. 한 주민은 구마자와씨의 아들에 대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이날 체포된 구마자와씨가 아들과 관련해 “히키코모리 성향에다, 집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경향도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NHK도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아들이 인근 초등학교에서 소음이 들린다고 화를 내자 구마자와씨가 ‘주위에 민폐를 끼쳐선 안 된다’고 타일렀는데, 이 충돌이 비극적인 언쟁으로 이어진 듯하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부자 사이에 오랫동안 쌓였던 불화가 사건의 발단이었다고 보고,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과정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