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천국 불신지옥” 막겠다는 포스트 아베

“아베 마음대로는 안 될 것이다.”

‘아베 천국’처럼 보이는 일본 정계에 이시바 시게루(石破茂·59) 전 지방창생담당상이 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임기를 3년 더 연장하려는 자민당 안의 움직임을 견제하면서 차기 총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워가고 있다.

이시바는 지난달 3일 단행된 개각에서 내각을 떠났다. ‘아베의 품’에서 빠져나와 ‘자유의 몸’이 된 그가 9월 들어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고 있다.

이시바는 지난 4일 가나가와(神奈川)현의 한 호텔에서 자신이 이끌고 있는 ‘이시바파’의 하계연수를 개최했다. 지난해 9월 파벌을 결성한 이후 연수회를 갖는 것은 처음이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일본 지방창생담당상
그는 이 자리에서 “언제까지 이어지는 정권은 없다. 정권을 담당하는 그 날부터 확실하게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차기 총재 선거에의 출마 의지를 시사했다.

이시바는 2012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서 아베 총리와 결선까지 가는 접선을 펼쳤지만, 최종 고배를 마셨다. 이후 아베 내각에 들어가 각료로 활동하면서도 ‘포스트 아베’를 노리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언행을 보여왔다. 아베가 이시바를 내각에 기용해온 이유는 강력한 경쟁자인 그의 발을 묶어놓기 위한 것이었다는 것이 일본 정계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시바는 우선 아베 총리의 임기를 연장하려는 시도를 막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민당 안에서는 요즘 총재 임기 연장론이 분출하고 있다. 당의 2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총재 임기를 3년 연장해 2021년 9월까지 총리직을 수행하게 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도 ‘연속해서 3번, 9년까지’ 당 총재를 할 수 있도록 당규를 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후루야 게이지(古屋圭司)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의 경우는 아에 다선 금지 규정을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내놨다. 현재의 자민당 규칙은 3년 임기인 총재를 2차례만 연속해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원내각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집권당의 총재가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시바는 파벌 연수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현재의 자민당 당칙은 총재임기를 2기 6년으로 정해놓고 있다”고 강조하는 등 아베 총리의 임기 연장 움직임에 대해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이시바는 자민당 총재 임기를 3년 더 연장해 아베가 다시 총재선거에 나서는 경우 이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이시바는 지난 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 “만약 총재 임기를 3년 연장한다고 해도 총재선거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만약 임기가 연장되는 경우에도 차기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와 대결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포스트 아베의 또다른 유력 주자인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기시다 역시 총재 임기 연장 구상에 대해 ‘시기상조’라면서 반대의 뜻을 밝혔다.
<도쿄|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