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창조자이신 하느님은 선하시고 의로우시며 전능하시다. 한 처음에 당신께서 창조하시려던 이성적 본성들을 창조하실 때, 당신 자신, 곧 당신의 선 말고는 어떤 다른 창조 원인도 가지고 계시지 않았다. 그분은 창조되어야 할 존재들의 원인이었고 그분 안에는 어떤 다양성도 변화도 불가능도 없었으므로, 모든 것을 동등하고 비슷하게 창조하셨다. 그분 안에는 다양성과 상이성의 원인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성적 피조물들 자체는 자유의지를 타고났고, 각자 하느님을 닮음으로써 진보할 것인지 게으름으로 퇴보할 것인지는 자기의 의지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한다. 이성적 피조물들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성의 원인은 창조자의 의지나 판단에서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의지로 말미암는 것이다. 한편 당신 피조물을 그 공로에 따라 배려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여기시는 하느님께서는 정신의 다양성을 한 세상 안에서 조화시키셨는데, 그것은 마치 한 집에 금 그릇과 은그릇만이 아니라 나무 그릇과 질그릇도 있어서 어떤 것은 귀하게 쓰이고 어떤 것은 천하게 쓰이는 것과 같다. 판단컨대 세상이 이렇게 상이한 것은 이러한 원인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며, 하느님의 섭리가 각자의 움직임이나 영혼 상태의 다양성에 따라 베풀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전의 원인들에 따라 공로에 어울리는 것을 각자에게 베풀어 주신다 하더라도 창조자가 불의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며, 행복하게 태어나거나 불행하게 태어나는 모든 존재가 어떠한 상황을 겪게 될지라도 그것이 우연으로 여겨지지 않을 것이고, 다양한 창조자가 있다거나 영혼의 다른 본성이 있다고 믿는 일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