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KJ여러분. 저는 작년에 전역한 포병입니다.
KJ에서 밀리터리 게시판을 자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게시판을 보다가 항상 아쉬웠던 점이, 군대를 다녀온 한국 사람들이 자신들의 주특기 이야기를(군대시절 맡은 보직의 임무) 말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건 번역의 문제 때문이기도 하겠죠.

일반 한국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의 군 생활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요.
그래서 저라도 한번 군생활에서 맡은 임무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1. 포병 측지란?

포병에는 총 다섯가지의 중요 요소가 있습니다

적을 관측하고 화력을 유도하는 [관측]

각종 제원을 계산하는 [FDC]

직접 화포를 다루고 쏘는 [전포]

아군의 좌표를 계산하는 [측지]

그리고 그들의 통신을 잇게하는 [통신]

이 요소들 중에 단 한가지만 빠져도 포병의 정상적인 임무가 힘들어집니다.
특히 측지는 포병의 발로 표현될만큼 기본적이고 아주 중요한(비록 GPS가 상용화 된 요즘엔 그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지만)

아군의 좌표를 산출하고 그 제원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아무리 관측이 적의 좌표를 알려줘도, 결국 아군의 좌표가 불확실하면 화포의 명중률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한국군 포병대대에서(약 300명) 한개 분대(7~10명) 밖에 없으니 그 책임도 막중합니다.

2. 포병 측지가 하는 일

chapter 1에 적은 것처럼 아군의 좌표를 측량,관리 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이 임무는 민간에서 측량기사가 하는 일과 거의 동일하므로 사용하는 장비 역시 민간 장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둘 다 민간에서는 상당히 구식 측량 장비입니다)

다만 조금 다른것은 좌표체계가 MGRS(military grid reference system)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 MGRS 체계 위에서 군단급 관측대대에서 제작한 SCP(survey control point 측지통제점)

기준으로 전이를 실시하여 OS(orienting station 방향부여점)을 설치하고

OL(orienting line 방향기선)을 지정하고 제원을 산출하는 것입니다.

...

 용어 설명

SCP: 관측대대에서 국가기준점을을 토대로 측지 차량, 일명 PADS를 사용하여
예하 사단,포병 연대에 측량의 기준이 되어줄 전이의 기준점이 되는 통제점입니다.

(지형상 콘크리트를 사용하기 어렵다면 임시로 나무를 쓰기도 합니다)

이 SCP는 포병 부대 근처 혹은 부대가 쓰는 훈련장과 기동로에 설치하게 됩니다.

전이: 말그대로 전이, 임의의 좌표를 측량장비를 사용해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지점의 좌표까지

끌어가는 것입니다.
대충 과정을 설명하자면...

SCP에 측량장비 DM-503를 꽂고 자신이 구하고자 하는 좌표지점에 반사경을 꽂습니다.
그리고 방향기선의 지점에 영장이입을 하고 반사경으로 수평,수직 운동을 하여 각을 구하고, 레이저 버튼을 눌러 거리를 측정합니다. 그리고 그 값들을 토대로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반사경이 꽂힌 자리의 좌표를 산출해 내는 것입니다!
... 말로는 어떻게 설명이 잘 안되네요.

OS: 방금 전이에 서술했던 반사경 꽂힌 자리가 바로 OS 입니다.

이 지점에 SCP처럼 표시를 하여(대부분 목재를 사용합니다) 포대 측각수들이 이곳에 방향틀을 설치하여 기준각을 구하고, 그 각을 기준으로 화포들이 방열을 시작합니다.

즉 계급으로 나누자면 국가기준점 NCP > SCP > OS 라고 할 수 있겠네요.

OL: 이것은 방향기선이라 하며, 측각수가 방향틀로 최초 영장이입을 하는 기준각입니다.

화포를 방열하려면 동서남북 방위를 알아야 하는데, 이때 급박한 상황에서는 방향틀에 장착된 자침으로 북쪽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석이란게 워낙 변수가 많은 물체다보니 포병이 쓰기에는 정확도가 상당히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SCP에서 끌고오는 방위각을 기준으로 OS에서 식별하기 용이한 지점을 선정하여

기준각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기준각을 OL이라고 하는 합니다.

3. Q&A

Q : 요즘같이 GPS가 상용화 된 상황에서 이런 아날로그 측량이 왜 필요합니까?

A : 군대에서는 모든 상황에 대처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GPS는 고장날 위험도 있고,

     또한 교란에 의해 사용 불가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확도가 높은 상급부대의 제원을 끌어다 쓰기 때문에 GPS보다

     더욱 정확한 좌표를 산출 할 수 있는것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Q : 포병 측지의 다른 임무는 뭔가요?
   
 A : 포병 측지는 맡은 sector의 SCP와 OS를 관리하며,

      이것은 주변 화기중대(보병 박격포)의 제원도 동시에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정 관측장비의 좌표의 제원도(TAS,TOD) 관리하며

      이밖에 자대의 나침의, 방향틀과 같이 자침을 지닌 장비의
      정량편차를 일정한 주기마다 측량하여 조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대가 이동할 때 대대정찰의 임무를 수행하기도 합니다.

Q: 이 밖에 하고 싶은 말은?

A: 번역기를 의식하고 글을 쓰니 상당히 힘드네요.

    그리고 글로 적기 애매한 부분들이 많아 생략된 것들도 있어서 아쉽기도 하고요.

    만약 궁금하신점들이 더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세요. 아는 한도에서 성실히 답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