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한 사람을 외면할 때, 그는 과연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KBS 대하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16화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위대한 장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이 겪어야 했던 고난과 절망을 그리고 있다.

이순신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도망자가 된다. 관군의 추격을 피해 떠도는 그의 모습은 마치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떠다니는 작은 배와도 같다. 그는 한때 충성을 다했던 조정으로부터 버림받았고,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변복한 채 어둠 속을 헤맨다. 그렇게 달아나다 도착한 한 작은 농가, 그곳에서 이순신은 예상치 못한 따뜻함을 맞이한다.

한 노파는 이순신이 누군지도 모른 채, 피폐한 그의 모습을 보고 밥을 내어준다. 배고픔을 달래며 한숨을 돌리는 순간, 그는 문득 자신이 처한 현실을 돌아본다. 조국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결국 자신은 역적으로 몰려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순신은 주저앉지 않는다. 그는 단 한순간도 조국을 향한 의지를 놓지 않는다.

이 에피소드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는 그가 감자를 훔쳐 먹는 장면이다. 역사적 고증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 이 장면은, 그러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장군이 아니라 인간 이순신으로서,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그의 처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위대한 인물도 한낱 도망자의 신세로 전락할 수 있으며, 배고픔과 두려움 속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정신을 가질 수 있음을 이 장면은 보여준다.

“더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어둠 속에서도 그는 스스로를 다잡는다. 지금은 도망자일지라도, 결국 그는 다시 일어설 것이다. 그리고 훗날, 그의 이름은 단순한 장수가 아닌 조국을 지켜낸 영웅으로 기록될 것이다.

16화는 이순신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역사 속 위대한 인물도 결국 인간이며, 인간이기에 더욱 강인해질 수 있음을 이순신의 절망과 결연한 의지를 통해 보여준다. 비록 세상이 등을 돌렸을지라도,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지킨다면 언젠가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