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7인승 크로스오버 JX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 땅에 출시했다. 크로스오버라는 장르는 흔히 “짬뽕”이라는 말로 표현되는데, 두 가지 이상의 특성이 혼재됐기 때문이다. 고상하게 풀어보자면 요즘 유행하는 “융합”이라는 말이 적절하다. JX에도 이런 장르적 특성이 적극 반영됐다. 우선 세단 특유의 편안한 감성을 살렸으며, SUV 특유의 실용성이 가미됐다. 한마디로 “편안한 세단같은 SUV”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성은 도심형 SUV가 공통적으로 지닌 속성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크로스오버”라고 강조한 이유는 마케팅 전략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냥 “SUV”라고 표현하면 다른 제품과의 차별성을 살릴 수 없고, 자칫 평범해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따라서 제품을 포장하기 위한 특별한 마케팅 언어로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선택됐다. 크로스오버 JX를 시승했다.
디자인은 컨셉트카 에센스를 기초로 한 패밀리룩이 적용됐다. 에센스는 곡선을 강조한 인피니티 디자인 기조로 “핵심”, “본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모래시계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용됐으며, 헤드램프는 최근 흐름에 맞춰 상당히 작게 자리했다. 헤드램프가 작아지는 이유는 등화장치의 발전과 무관치 않다. 작은 크기로도 할로겐에 버금가는 밝기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디자이너들이 좋아하는 작은 헤드램프 적용이 한층 수월해졌다. 예로부터 작은 램프는 고성능, 고급스러움을 표현하는 수단이었다.
측면의 핵심은 유려함이다. 우선 보닛에서 루프로 이어지는 선이 매끈하다. 숄더 라인은 뒤로 갈수록 높아진다. 쿠페 스타일 디자인이다. 크롬으로 두른 창문 C필러 부근은 세련된 모양으로 마감됐다. 인피니티 디자인 특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후면은 안정감이 강조됐다. 얼핏보면 QX와도 닮았다. SUV답게 한껏 들어 올려진 엉덩이도 인상적이다.
실내 역시 인피니티 DNA를 느낄 수 있다. 센터페시어는 계단식으로 만들어 운전자가 손을 뻗으면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곳곳에는 메탈 소재가 사용됐다. 역시 고급스러움을 담아내기 위한 방편이다. 우드 트림도 비슷한 목적으로 들어갔다.
2열 시트는 앞뒤 공간 조절이 가능하다. 때에 따라 완전히 1열 시트 쪽으로 접어 붙일 수도 있다. 3열 시트까지 접을 경우 꽤 넓은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실제 20인치 바퀴를 가진 자전거 두대를 싣고 내리기에 전혀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2열과 3열 모든 시트는 분할 폴딩이 가능하다. 용도에 맞게 적재 공간을 연출할 수 있다.
▲성능 JX는 V6 3.5ℓ 엔진과 CVT가 조합돼 최대 265마력, 34.3kg W29;m의 토크를 낸다.
차를 출발시켰다. CVT를 채택한 덕분에 엔진회전수는 고정된 채 속도만 올라간다. 전반적으로 부드러우면서 힘찬 가속이다. 덩치를 생각하면 인티니피 특유의 폭발적인 가속은 아니지만 265마력의 엔진은 차체를 안정감 있게 뒷받침한다.
그러나 고속 영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세단인 “G”나 “M”이 주는 즐거움과 비슷하다. 안정적으로 도로를 움켜잡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감속과 가속 모두 쉽게 넘나들며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승차감은 부드럽게 탑승자를 받치는 것이 영락없는 고급 세단의 느낌이다. 주력으로 판매되는 미국 도로사정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점이 고려된 결과다. 부드러운 승차감은 국내 소비자들도 좋아하는 취향이다.
곡선 주로에서도 잘 돌아나간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SUV의 영역일 뿐 스포츠카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높이가 있어 쏠림은 어쩔 수 없다. 간단한 물리법칙이다. 그런데 간혹 이런 점을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 제동 능력 또한 우수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잘 달리려면 잘 서야 하는 것이 전제조건이다. JX의 제동에는 큰 불만이 없다.
▲총평 JX를 냉정히 말하자면 “주력”이 될 수 없다. 어디까지나 판매 볼륨이 높은 차를 보조해주는 “틈새 차종” 역할이다. 그럼에도 반가운 이유는 “다양성”이다. 그간 인피니티는 지나치게 세단 판매에 의존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JX는 다채로운 제품력 확보로 연결될 수 있다. 이 경우 인피니티를 바라보는 소비자 시선도 달라질 수 있다. 이번 JX 출시가 긍정적인 이유다.
시승/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사진/권윤경 기자 kwo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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