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에 대한 평가와 대우가 달라지고 있다.

12일 새벽 김기덕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중의 하나인 베니스 영화제에서 “빈집”으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최근 잇따른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으로 한국 영화에 대한 국제적 인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국제 초청 잇따르는 한국 영화

국제영화제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후쿠오카 국제영화제에는 임권택 감독의 “하류인생”과 윤인호 감독의 “아홉살 인생” 등 4편의 한국영화가 초청됐다.

또 영화제 기간인 9월 15일에는 한국영화 포럼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는 오는 21일 역시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제 49회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김기덕 감독의 장편

이 9월 9일 러시아에서 막을 내린 제2회 블라디보스톡 태평양-자오선 국제영화제(Vladivostok International Film Festival of Asi a Pacific Countries “Pacific Meridian”)의 장편 경쟁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이정향 감독의

에 이어 블라디보스톡 국제영화제에서 2년 연속 한국영화가 최우수작품상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웠다.

8월 18 ~ 8월 29일까지 영국에서 열린 에딘버러 국제영화제에도 한국영화 다섯편이 초청됐다.

갈라부문에 이재용감독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가 초청됐으며 감독쇼케이스 부문에는 임상수감독의 “바람난 가족”과 박찬욱감독의 “올드보이”가 함께 진출했다.

또 민병천 감독의 “내츄럴시티”는 심양상영부문에서 김학순감독의 “비디오를 보는남자”는 신인감독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로즈버드 부문에서 각각 상영됐다.

한국 영화계 수상 넘어 흥행에도 주력

한국영화의 돌풍은 영화제 수상과 초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영화는 이제 국제무대에서 단지 영화제의 수상에 만족하지 않고 세계시장의 흥행성공 가능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 영화가 미국 시장에서 중국과 태국영화 등과 함께 아시아 영화 돌풍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장이머우 감독의 “연인”을 비롯해 한국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그리고 최근에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와 태국영화 “방 라잔” 등 아시아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부쩍 증가했다.

3~5일 장이머우의 “영웅”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는가 하면,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은 21주 동안 230만 달러에 달하는 흥행 수입을 거둬 미국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 영화 중 최고의 흥행 기록을 수립했다.

특히 1일 개봉한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미국 개봉 제목 TaeGukGi : Brotherhood of War)에 대해서는 미국 언론들이 이례적이라 할만큼 관심을 보였는데, 영화의 줄거리를 자세히 소개하고 강제규 감독을 스필버그 감독과 비교하는 등 관련 기사들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흥행에 치명적이라는 “R 등급”을 받았음에도 개봉 첫 주말 교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흥행에서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태극기 휘날리며”는 아시아 전역에서 이미 95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린바 있다.

김기덕 감독은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영화감독 중 한명이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중 “섬”,”수취인불명”,”해안선” ,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은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기타 러시아 주요도시의 영화관에서 상영됐으며 러시아 주요일간지와 잡지에는 김기덕 감독과의 인터뷰와 영화평들이 자주 실리고 있다.

한국영화 인기 비결은 뭔가? 국제언론 잇따라 대서 특필—

이렇듯 아시아 영화들이 주목을 받는 이유에 대해 “영화제용 영화”나 “마이너 영화”로만 인식되어 왔던 아시아권 영화들이 규모나 기술면에서 급성장하면서 “상업 영화”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었고(워싱턴 포스트),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는 동양 문화에 대한 동경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시카고 트리뷴)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홍콩언론인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ar Eastern Economic Review)”지의 앤드류 후앙(Andrew Huang) 기자는 “한국엿보기(Korean Clips)”란 기사에서 “아직도 한국에서 유명한 것은 김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가? 다시 보라. 한국은 거의 두 달에 한 편 꼴로 블록버스터를 발표하면서 활기찬 영화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어 이제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심지어 할리우드조차 영화적 영감이나 재능을 얻기 위해 한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최근 한국의 급성장하는 영화를 높이 평가했다.

후앙기자는 또 한국 로맨틱 코미디의 최신작인 곽재용 감독의 “내 남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역시 볼 만한 작품이라고 강조하고 “여성지배자(dominatrix) 유행은 2001년 “조폭 마누라”로 시작해 역시 2001년 블록버스터 “엽기적인 그녀”로 이어졌는데 두 영화 모두 아시아 로맨틱 코미디에서의 남녀평등을 뒤집어 놓았다”고 호평했다.

스크린 쿼터가 한국영화 경쟁력의 비결?

영화인대책위원회 오기민 대표는 최근 “한미투자협정의 문제점과 대응방안” 주제의 토론회에서 “한국영화는 “스크린쿼터”라는 필요조건을 갖추고 지난 5년간 급성장한 결과,현재 시장점유율이 50%대에 이르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게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은 영화시장 개방국가중에서 자국시장에서 미국영화에 맞설 수있는 유일한 국가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 한류열풍을 일으키면서 할리우드에 대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과정에서 세계 각국은 한국영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 스크린쿼터라고 분석하여 중국과 유럽 등이 스크린쿼터의 유효성을 인식하기 시작해 한국을 벤치마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데 반해 위협을 느끼고 있는 미국은 한국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고집하고 있다고 오대표는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