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씨와 윤씨의 사고가 일어난 배터리는 모두 ‘리튬폴리머배터리’이다. 이 배터리는 휴대폰. PMP. 디지털카메라. 노트북 등 휴대용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배터리로 IT 기기의 소형화에 크게 일조했다. 하지만 휘발성이 있고. 고온에 약해 폭발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전기연구원 엄승욱 박사는 도시바 노트북배터리에서 발생한 ‘스웰링 현상’에 대해 “‘리튬폴리머배터리’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배터리 내부에 전해액과 전극이 반응해 내부에 가스가 차는 현상”이라고 고 설명했다. 업체들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배터리가 부풀어 올랐을 때는 절대 사용해선 안된다고 충고한다. 엄박사는 “스웰링은 배터리가 고온에 노출되거나 과충전되면 나타날 수 있으며 장시간 고온에 노출될 경우 폭발에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취재과정에 만난 한 배터리 관련 전문가는 특히최근 PMP 배터리 사고가 잦은 이유에 대해 “값싼 중국산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PMP는 디자인이 워낙 다양하고 배터리 크기도 달라 국내에서 생산하기 어려워 대부분 중국에서 제조된 저가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귀띔. 게중에 불량 제품들이 섞여 사고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오드아이 P480’PMP를 생산하는 퓨전소프트측은 “중국산 부품을 국내에서 조립한 배터리를 납품받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노트북 배터리의 경우 대부분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사용한다. 녹색소비자연대(이하 녹색연) 이주홍 팀장은 “업체들이 불량제품에 대해 검사를 소홀히 해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불량 사실이 확인된 제품은 업체 스스로 리콜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홍씨와 윤씨는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현재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의 공산품 항목에 노트북은 포함돼 있지만 PMP는 들어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 김기범 팀장은 “품목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공산품으로 적용해 관련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고 밝혔다.

문제는 업체들 대부분이 소비자의 사용상 부주의나 납품업체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데 있다. 녹색연 이 팀장은 “소비자의 귀책사유가 아님에도 소비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폭발 위험에 대해 제대로 알리지 않은 점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비자문제 전문가들은 “배터리 관련 사고의 경우 보상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업체들이 쉽게 책임을 인정하지 않아 대부분 민사소송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제조물 책임법’에 따르면 제조물로 인해 신체·재산상의 손해를 입게 되면 입증책임이 원고인 소비자가 아닌 피고인 업체측이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