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백화점 직원이 29일 LG전자가 만든 84인치 대형 TV를 선보이고 있다. 830만화소의 초고해상도 3D TV로 가격은 2500만원이다. 김정근 기자

ㆍ기술력 앞선 스마트폰·차세대TV로 공략 나서

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업계가 유독 힘을 못 쓰는 해외시장이 일본이다. 소니나 샤프, 후지쓰 같은 자국 전자업체들에 대한 선호가 어느 국가보다 높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국산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후지쓰 등 자국 업체들이 전체 휴대폰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반면 삼성과 LG는 합쳐도 점유율이 6~7%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해외 가전업체의 무덤’이라 불리는 일본 시장 공략에 국내 업체가 본격 나선다. 롱텀에볼루션(LTE) 기술이 ‘무기’다.

LG전자는 29일 “일본 최대 이동 통신사 ‘NTT도코모’를 통해 ‘옵티머스뷰’ 예약판매를 실시한다”며 “다음달 3일 정식 출시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는 일본 통신시장이 차세대 통신기술인 롱텀에볼루션으로 전환되는 시점을 노렸다.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옵티머스LTE’와 ‘옵티머스잇(it)’ 등을 잇따라 내놓아 일본 시장판세를 흔들고 이 지역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진출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옵티머스LTE 등 이미 출시한 2종의 제품 판매량이 40만대를 넘어서는 등 일본에서 롱텀에볼루션 단말기의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면서 “옵티머스뷰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 일본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갤럭시S3 롱텀에볼루션 모델을 일본에 내놓으면서 시장 주도권 변화를 노리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롱텀에볼루션 시장이 열리고 있어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해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는 만큼 더 이상 일본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삼성은 지난 3월 일본 본사를 계열사별로 쪼개고 삼성전자 제품 위주의 현지 공략 전략을 새로 세웠다.

TV 분야에서도 삼성과 LG의 ‘재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02년 디지털TV 기술을 앞세워 일본에 진출했다 사업 부진으로 5년 만인 2007년 철수했다. 하지만 최근 일본 재진출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시장을 공략할 필요성이 있는 지역이면 어디든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2009년 현지 TV사업을 한때 철수하고 시장을 포기했지만, 지난해 이 시장에 재진입해 소니나 샤프 등 현지 업체들과 겨루고 있다. 여전히 일본 현지 업체들이 시장을 압도하고 있지만, 일본 TV업체들이 하락세를 타고 있는 데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나 입체화면(3D) 등 국내 업계의 앞선 기술력을 내세운다면 시장 판도를 흔들 수도 있다는 게 삼성과 LG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전자업계에 일본은 그동안 개척할 수 없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며 “최근 휴대폰과 TV 분야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만큼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맞춰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는다면 국내 업체들도 애플 못지않은 사업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재원 기자 jwhong@kyunghyang.com>